바지 내리기, 책상에 머리받기, 인분·우산·신발·계란 투척, 라면스프 살포…. 소송 당사자 어느 쪽도 100% 만족이란 없는 법정 풍경이다.
재판 진행이나 법원 판결 등에 불만을 품고 법정 안팎에서 소란을 피우는 행위가 해마다 늘고 있다. 6일 대법원이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올해 8월 말 현재 전국 법원에서 벌어진 사건·사고는 46건으로 지난해 31건, 2006년 26건에 견줘 크게 증가했다. 올해 발생 유형으로는 소란행위가 19건, 법정모독과 실신 각 11건, 도주 2건, 자해 1건 등이다.
지난 3월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선 피고인이 법정에서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드러내는 소동을 벌였다. 4월 서울고법에선 구속된 피고인이 증인석으로 이동하다 경비관리대원에게 라면스프를 뿌린 뒤 법정 밖으로 도주하다 붙잡혔다. 서울중앙지법에선 검사의 구형에 불만을 품은 피고인이 피고인석에 머리를 찧는 등 자해를 시도했다. 인천지법에선 이혼소송 재판에서 법원의 결정에 불만을 품은 남편이 두 자녀를 법원에 방치하고 그냥 가버려 아이들을 아동센터에 맡기는 일도 벌어졌다. 6월에 열린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항소심에서는 현대차 직원이 노조 관계자의 법정 출입을 막다가 제지를 받기도 했다.
판사가 위치한 법대를 향해 계란이나 우산, 심지어 인분을 집어 던지는 일도 있다. 때로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2006년에는 판결에 불만을 품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등유를 끼얹고 분신하거나 제초제를 마셔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소란을 피운 이들에게는 법원 직권으로 유치장 등에 구금하는 감치 결정(5~20일)이나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법정모독죄 등으로 실형(징역 6~10월)이 선고 되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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