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3차 논의…눈치보기 비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촛불집회 때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계속 미루고 있어, 인권단체들로부터 “신속한 인권침해 구제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13일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어 경찰의 과잉진압 여부에 대한 3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국가인권위 내부에서 “이번에도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는 지난달 22일과 30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조사 내용에 대한 보고와 경찰 쪽 진술을 들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13일 열리는 위원회 때도 시민단체와 집회 참가자 등 인권침해를 주장하는 쪽 진술을 듣는 일정을 잡아놓았다. 국가인권위 사무처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듣기 때문에 전원위원회에서 두 차례나 결론을 미뤄가며 다시 진술을 듣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정부 눈치보기’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국가인권위가 이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이달 말로 예정된 국정감사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지 여야 모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므로, 최대한 신중한 판단을 했다는 모양새를 갖추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제인권기구인 국제앰네스티조차 지난 6일 보고서를 내고 “한국 경찰이 촛불집회 진압 당시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고 발표한 데 견줘보면, 인권위의 ‘시간끌기’는 너무 지나치다고 인권단체들은 비판한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활동가는 “2006년 말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집회에서는 신속한 권리구제 결정을 내렸던 인권위가 촛불집회에 대해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13일 전원위원회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인권단체연석회의 차원에서 비판 성명을 발표하는 등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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