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심위 “구타·욕설 따른 자살자 등록거부는 위법”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군의문사위)에서 순직자로 인정된 군 복무중 자살자를 국가보훈처가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의 결정이 나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군의문사위는 14일 “‘경비교도대원으로 근무하다 선임대원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정훈(당시 20) 이교의 유족에 대해 국가보훈처가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행심위의 재심 결정이 최근 나왔다”며 “군 복무 중 자살자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도록 결정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행심위는 재결문에서 “박씨의 자살은 선임대원들의 지속적인 구타와 욕설 등에 기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의사 능력이나 자유의지가 결여된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국가유공자 인정 제한 사유인 ‘자해행위’를 본인에게 귀책사유가 없고 감내할 수 없는 사유로 인한 자살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넘어선 해석”이라고 밝혔다.
군의문사위 조사 결과, 박씨는 지속적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1996년 10월 목숨을 끊었고, 교도소 쪽은 가혹행위를 은폐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의 유족은 지난해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행정심판에 기속력이 있기 때문에 박씨가 국가유공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보훈처의 재심의에서 자살에 본인의 과실이 있다고 인정되면 국가유공자보다 보상 범위가 좁은 ‘지원 순직군경’으로 지정되는 것에 그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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