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강압 단속’ 논란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 붙잡힌 외국인노동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6시간여 만에 심장마비 증세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7일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와 이주노동자 단체 등의 말을 종합하면, 미등록 이주노동자 따쏘에(39·미얀마)는 지난 9월26일 오후 4시40분께 경기 포천의 한 공단지역에서 인천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단속에 걸리자 400여m를 전력 질주해 달아나다 붙잡혔다. 따소에는 연행 직후 가슴 통증과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단속 직원들은 그를 포천의 한 외과병원으로 데려갔다. 당시 병원 쪽은 ‘갑자기 도주하는 과정에서 무리가 갔고 놀랐기 때문에 찾아온 일시적인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밤 9시께 영종도 외국인보호소로 이송된 따소에는 또다시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그러나 밤 11시30분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뒤에야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로 옮겨졌다. 이에 대해 보호소 관계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고, 저녁 식사도 정상적으로 해서 안정을 되찾으면 괜찮아 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따소에는 ‘상태가 심각하다’는 의료센터 쪽 조처로 인하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다음날 새벽 2시30분께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따쏘에가 일했던 업체의 사장은 “따쏘에가 평소 건강한 편이었고, 심장 계통에 질환이 있었다면 그렇게 성실히 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는 “법무부의 토끼몰이식 강압적인 단속이 사망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단속 일변도의 대책으로는 이런 사고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전남 해남에서 배추 출하작업을 하던 외국인노동자가 단속반을 피해 달아나다 심장마비 증세로 숨졌고, 2005년엔 공장에 들어온 낯선 이들을 단속반으로 오인한 한 베트남 출신 노동자가 다급히 몸을 피하다 같은 증세로 숨지기도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병원의 진단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고통을 호소해 계속 상태를 관찰하는 등 보호를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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