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서울병원 의료진과 부모들이 4일 병원에서 ‘초극소 미숙아’였던 김소망, 희망(앞줄 왼쪽부터) 쌍둥이 자매를 비롯한 미숙아 5명의 첫돌 및 어린이날 축하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
‘초극소 미세아’들의 특별한 어린이날 “소윤이가 작은 발을 들어 걷기 시작했을 때 펑펑 울었습니다.” 박은하(33)씨는 3월 딸 소윤이가 귀여운 엉덩이를 들고 조심스럽게 한발을 내딛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 소윤이는 2003년 7월 26주 만에 엄마 뱃속에서 나온 쌍둥이 언니 소예와 함께 몸무게 45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났다. 정상적인 출생 여아의 몸무게는 3.2㎏이다. 4일 오후 삼성서울병원에는 소예, 소윤 자매와 희망이, 소망이, 소원이 등 몸무게 500g 미만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다섯 엄지공주’들을 위한 특별한 어린이날 행사가 열렸다. 부모들이 케이크의 촛불을 끄자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기쁨을 표시했다. 다른 부모들처럼 아기의 몸을 쓰다듬어 줄 수 없었던 아빠, 엄마들은 1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인큐베이터의 유리창에 비친 아기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데 만족해야 했다. 아기들의 따뜻한 체온이 그리웠다. 쌍둥이 자매 소망이, 희망이 아빠 김지혁(37)씨는 “불안과 사랑이 교차하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건강해 탈이네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해 1월 태어난 희망이의 몸무게는 439g. 이제까지 국내에 보고된 초극소 미숙아 가운데 가장 작았다. 박원순 신생아집중치료실장은 “미숙아의 생존 한계로 여겨졌던 500g 미만의 초극소 미숙아들이 이처럼 건강하게 자라줘 다행”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곰인형보다 작고 가벼운 아기들을 돌보던 간호사들도 1년여 만에 보는 아이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아기들의 이름을 부르며 좋아했다.
소망이 엄마 김은미(33)씨는 “낳은 지 4개월 만에 아기를 처음으로 가슴에 품었을 때 꼼지락거리던 손가락이 너무 예뻤다. 엄지공주처럼 예쁘고 건강하게 키우겠다”며 소망이를 꼭 끌어안았다. 이제는 6~12㎏까지 나가는 다섯 아이들은 어느덧 엄지공주보다 훌쩍 커져 있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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