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마드레 축제에 참가한 한 관람객이 음식을 맛본 뒤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서 축제…“맛있고 깨끗하며 공정한 음식 먹자”
“지금 같은 먹을거리 생산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슬로푸드 운동을 만들어낸 카를로 페트리니가 2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막한 슬로푸드 운동의 국제대회인 ‘2008 인터내셔널 살로네 델 구스토’ 개막식에서 이렇게 외치자 수백명이 박수를 보냈다. 격년으로 열리는 이 행사는 또 다른 슬로푸드 축제인 ‘테라 마드레’와 함께 이날 나란히 시작돼 27일까지 5일 동안 진행된다.
슬로푸드 운동은 86년 페트리니 등 이탈리아 언론인들이 로마에 맥도널드가 들어서는 것을 막으려고 시작했다. 이들은 맥도널드를 불도저로 밀어버린 프랑스의 반세계화 운동가 조제 보베와는 다른 투쟁 방식을 택했다. “생태적 감수성이 없는 미식가는 바보지만, 미식가적 감수성이 없는 생태주의자는 불쌍하다”는 페트리니의 말처럼, 슬로푸드 운동은 ‘미식’을 무기로 표방한다. 독특하고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미식가들이 맛을 평준화하는 초국적 식품기업 등에 저항한다는 것이다.
슬로푸드 운동은 ‘좋고, 깨끗하며, 공정한’ 음식을 추구한다. 음식이 감각적으로 맛이 ‘좋고’, ‘깨끗하게’ 환경에 해를 입히지 않고, 제3세계 노동자의 저임금 노동 등 사회적 정의를 해치지 않는 ‘공정한’ 방법으로 생산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올 살로네 델 구스토 행사도 이런 이념에 맞춰 420여 가지 ‘맛있는 행사’들을 준비했다. 음식별로 이슈를 정해 슬로푸드 정신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이 음식을 맛보고 참가자와 토론을 벌이거나, 와인·음식 장인들이 음식 철학과 생산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워크숍 행사들이 맛에 대한 교육을 표방한다. 슬로푸드 한국지부 회원과 남양주시 공무원 등 10여명의 한국 참관단도 참가한다.
대량생산 음식에 대한 불안감은 한국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광우병 등 대규모 목축의 문제를 토론하고 기르는 방법에 따라 고기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리는 행사는 첫날인 23일 오전 일찌감치 마감됐다.
올해 세 번째로 열린 테라 마드레에서는 ‘어머니 대지’라는 뜻이 함축하듯 전세계 154개국에서 온 1600여 음식공동체(고유의 조리 전통을 가진 지역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여 음식의 맛을 보고 전통 음식의 소멸을 막을 대안을 공동으로 마련한다.
글·사진 토리노/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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