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스윙으로 뒤에 있던 경기보조원(캐디)한테 골프공을 날려 다치게 했다면 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아무개씨는 2006년 전북 군산의 한 골프장에서 샷을 하다 8m 뒤에 있던 경기보조원의 아랫배를 골프공으로 맞혔다. 공을 멀리 보낼 욕심에 힘껏 골프채를 휘두르다 몸의 중심이 무너진 것이다. 이 사고로 경기보조원은 전치 7주의 허리 부상을 입었고, 검찰은 과실치상 혐의로 정씨를 기소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골프공을 빗맞힌 것을 과실행위로 볼 수 없고, 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스포츠 경기 참가자는 다른 사람이 다칠 수 있음을 알고 주위를 살펴 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정씨는 아무도 예상 못한 방향으로 공을 쳐 피해자를 맞혀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또 “권투나 유도 등 신체 상해가 예상되는 스포츠에서는 피해자의 승낙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골프 경기보조원이 부상을 예상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도 정씨에게 과실치상죄를 묻는 게 옳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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