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8개 그룹 분석
총수일가 지분 4.23% 불과
총수일가 지분 4.23% 불과
재벌그룹 총수일가들이 주식 소유지분의 7배가 넘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재벌의 소유지분과 경영지배력간 괴리도가 지난 한해 동안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 소유지배구조 관련 규제를 더 완화할 경우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악화와 금융지배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4월1일을 기준으로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이면서 총수가 있는 28개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재벌)에 속해 있는 812개 계열사를 분석한 결과 총수일가가 평균 4.23%의 지분만 갖고서, 46.73%에 이르는 계열사 및 임원들의 지분을 동원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6일 발표했다. 총수일가의 지분은 지난해 4.9%에서 0.67%포인트 더 줄었다.
재벌총수 일가의 의결지분율을 소유지분율로 나눠서 소유-지배간의 괴리 정도를 보여주는 의결권 승수는 이에 따라 지난해 6.68배에서 올해는 7.39배로 더욱 커졌다. 재벌규제 기준이 자산 2조원에서 5조원 이상으로 완화되면서 비교대상이 달라진 점을 고려해, 자산 5조원 이상 재벌만 국한해서 비교해도 의결권 승수는 7.05배에서 7.39배로 높아졌다. 총수일가가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계열사의 비중도 지난해의 61.13%에서 올해는 66.14%로 커졌다.
재벌의 금융 지배도 더욱 심해져 17개 재벌이 올해 10월 말 현재 62개의 금융보험사를 갖고 있고, 이들 중 24개 금융보험사가 68개 계열사에 평균 9.74%의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소유 금융보험사 수는 지난해보다 8개가 더 늘어난 것이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인 4~10월에만 재벌 소유 금융보험사가 현대자동차의 에이치엠시투자증권, 현대중공업의 하이투자증권 등 6개나 늘어났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정부가 강행 중인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와 지주회사제 완화 조처가 아직 법개정도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시장에서는 이미 재벌의 지배구조 악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1997년 일시적인 출총제 폐지가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악화를 초래했듯이 시장의 교훈을 무시한 정부의 재벌규제 완화는 앞으로 국가경제에 항구적 부담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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