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만 남은 종부세]
결혼자-독신자간 차별 안돼…투기목적때만 부과
“가족명의 분산 문제…국가재원 조달 목적” 소수
결혼자-독신자간 차별 안돼…투기목적때만 부과
“가족명의 분산 문제…국가재원 조달 목적” 소수
헌법재판소는 부동산 과다 소유 및 투기 수요 억제, 가격 안정, 주거생활 안정, 지방재정 기여, 주택과 토지의 사회적 기능 등 종합부동산세법의 입법 목적은 큰틀에서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종부세법의 핵심 규정에 사망 선고를 내리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였다.
■ 세대별 합산 과세 위헌 가족 사이의 증여 자체는 국민의 권리이므로, 이를 조세회피 의도가 있는 것으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위헌 쪽 의견이 가장 크게 기댄 것은 2002년과 2005년 헌재가 부부 자산소득 합산 과세 제도에 대해 내린 두 차례 위헌 결정이다. 혼인한 사람을 독신자나 사실혼 관계의 부부와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 무효 조항 △과징금 부과 △상속·증여세법의 증여 추정 규정 등을 통해 조세회피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법이 부부의 재산을 따로 보는 ‘부부별산제’를 채택한 것도 근거가 됐다. 헌재는 여기에 더해 “부동산 가격의 앙등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오로지 세제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합헌 의견을 낸 조대현·김종대 재판관은 이 제도에 대해 “세대별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조세정책의 문제이고, 세대원들 사이의 명의 분산을 통한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반박했다.
■ 주거 목적 1주택자 과세 헌법불합치 헌재는 한 사람이 많은 주택을 소유하면 다른 사람에 대한 주택 공급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투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규제 필요성을 인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값의 높고 낮음은 집의 면적, 교육·교통 여건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해 결정된다”며 “종부세는 구체적인 보유 동기 등을 묻지 않고 집값(6억원)을 투기적 수요의 기준으로 봐 무차별적 과세를 한다”고 설명했다. 보유 기간을 볼 때 투기 목적이 아닌 ‘장기 1주택 보유자’이거나, 보유 기간이 짧더라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사람한테까지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종대 재판관은 “주거 목적의 1주택 보유라 해도 고가 주택 보유자는 그에 상응하는 보유세를 부담해야 한다. 보유세율 역시 선진국에 견줘 현저히 낮은 수준에 불과하므로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목적을 생각할 때 예외조항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조대현 재판관도 “과세 기준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1% 내지 4%의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부담 능력이 없는 경우라도 과도한 과세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 고세율 아니다 헌재는 이중과세나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논란 등 나머지 쟁점들에 대해서는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6억원 내지 9억원을 과세 대상으로 하는 점에 비춰, 종부세 납세의무자는 최소한의 물질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일축했다. 과세표준 및 세율이 종부세 입법 목적에 비춰 과도하지 않으며, 생존권이나 인간다운 생활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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