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지하 2층에 최근 ‘정의의 여신 디케(Dike)’가 모습을 나타냈다. 법원의 상징인 디케가 검찰청에 나타난 이유는 검찰이 검찰청사에 모의법정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18개 지방검찰청 가운데 중앙지검, 수원지검, 제주지검 등 12곳이 모의법정을 만들었거나 만들고 있다. 모의법정은 각 법원에 마련된 국민참여재판정과 똑같은 구조로 설계됐다.
올해 초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이름으로 배심원제도가 시범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법률가인 재판장의 심판만 이끌어내면 됐던 검사와 변호사가 이제 일반 시민인 12명의 배심원을 앞에 두고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르는 공방을 벌이게 된 것이다. 검찰이 이에 대한 대비책의 하나로 검사들이 모의법정에서 사전에 충분히 리허설을 하고 재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길태기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국민참여재판에 입회하는 검사들이 사전에 연습을 하지 않으면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국민참여재판 전날, 공판부 검사들은 법원의 양해를 얻어 법정에서 밤늦게까지 ‘연습’을 했다. 같은 부 검사들이 배심원석에 앉아 검사가 배심원들을 향해 적절하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지 평가해줬다.
서울중앙지법에는 최근 어머니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된 2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사건이 계류 중이다. 이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결정되면 서울중앙지검 지하의 모의법정이 처음으로 제 역할을 하게 된다.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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