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원 이상 집행유예 어렵게”
수원지법은 지난 7일 아파트 사업 시행사로부터 3천여만원어치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유아무개 전 한국토지공사 이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추징금 8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뇌물로 받은 상품권이 대부분 압수되거나 반환된 점, 퇴직한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집행유예 사유는 앞으로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석수)는 24일 뇌물·살인·성범죄의 양형 기준안 공청회를 열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일반 사건에 견줘 높은 집행유예 선고율로 ‘유전무죄’ 논란의 중심이 된 뇌물죄의 양형 기준이다. 법원 통계를 보면, 2003~2007년 유죄가 확정된 뇌물사범 가운데 52.62%가 집행유예, 9.34%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다른 유형의 사건 집행유예율보다 10~20%포인트 이상 높다.
양형위는 △수뢰액 3천만원 미만(기본 형량 징역 1~3년) △3천만~5천만원(3~5년) △5천만~1억원(5~7년) △1억~5억원(7~10년) △5억원 이상(9~12년) 등 5가지 범죄 유형과 기본 형량을 정했다. 돈을 받고 부정한 행위를 하거나 부하에게 부정한 행위를 지시한 경우, 먼저 돈을 요구한 경우 등은 기본 형량에서 최소 6개월,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중치를 두도록 했다. 반면 돈을 요구만 한 경우, 초범이라면 수사 시작 전에 돈을 돌려줬을 때는 형량을 깎아 주도록 했다. 가중 또는 감경 사유가 여럿이거나, 두 측면이 모두 있을 경우의 가중치나 감경치는 법관의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또 직위 상실이나 명예 실추, 수뢰액 몰수, 징계처분 등을 집행유예 사유로 고려해서는 안 되며, 기준을 벗어나는 형을 선고하려면 이유를 구체적으로 판시해야 한다.
김소영 양형위 수석전문위원은 “5천만원 이상 수뢰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실형을 선고하고, 3천만원 이상 받은 사람은 형량을 깎아 주더라도 집행유예가 힘들게 기준안이 짜여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뇌물죄는 대부분 초범인데 이를 형 감경 사유로 보는 등, 양형위 안은 여전히 판사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커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형위는 내년 1월 횡령·배임 등에 대한 공청회를 연 뒤, 4월 관련 범죄들의 양형 기준을 확정해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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