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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씨 형제, 30억 잘게 쪼개 복잡한 돈세탁

등록 2008-11-25 19:11수정 2008-11-25 22:39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연임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받고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대통령 친형 노건평씨가 2일 오전 창원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끝낸 뒤 빠른 걸음으로 나서고 있다./최병길/사회/정치/지방  2004.7.2 (창원=연합뉴스)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연임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받고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대통령 친형 노건평씨가 2일 오전 창원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끝낸 뒤 빠른 걸음으로 나서고 있다./최병길/사회/정치/지방 2004.7.2 (창원=연합뉴스)
세종증권 로비 의혹
노건평씨가 세종증권 매각 로비와 관련해 매각 추진자와 매수자 쪽을 연결시켜 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사의 초점은 노씨가 이와 관련해 대가를 챙겼느냐로 모이고 있다.

최종도착지 파악 시간걸려…일부 개인용도 확인
노건평씨 로비초기부터 관여…대가 받았을 수도

검찰은 홍기옥 세종캐피탈 대표가 정화삼·정광용씨 형제에게 건넨 30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정씨 형제가 개인적으로 쓴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돈세탁을 거쳐 일부가 ‘연결 고리’ 구실을 한 노씨에게 건너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25일 수사팀을 확대해 세종증권 인수 로비는 중앙수사1과(과장 박경호)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종증권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투자 의혹은 중수2과(과장 박정식)에 맡기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사만 7명이 투입됐다.

검찰 조사 결과, 노씨가 홍 대표를 처음 만난 시점은 세종증권이 농협에 팔리기 여섯 달 전인 2005년 6월로 확인됐다. 이보다 두 달 전 홍 대표는 정광용씨에게 ‘세종증권 매각을 위해 농협 정대근 회장과 친분이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농협 쪽(정대근 전 회장)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일이 잘 안 풀리자, 다른 선을 강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홍 대표를 한 차례 이상 만난 노씨가 단순한 소개를 넘어, 인수 결정권을 쥔 정 전 회장에게 힘을 써주는 것을 정씨 형제와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 대표는 매각이 성사되자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통장에 30억원을 입금해 정씨 형제에게 성공 보수로 건넸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 형제가 자신들이 여러 가지 노력을 많이 해서 매각에 성공했으니 돈을 달라고 해 받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씨 형제는 자신들이나 제3자 이름으로 된 통장을 여럿 만들어 돈을 이체시키는 등 복잡한 돈세탁을 했다. 검찰은 이들이 돈을 잘개 쪼개 이체했거나 현금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돈의 최종 도착지를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노씨가 이번 사건에 깊게 간여했다고 볼 만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어 검찰은 계좌추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씨가 초기부터 청탁에 간여한 정황에 비춰, 수사 진척에 따라 그가 ‘공범’ 수준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일에 자신이 개입하는 것의 위험성을 잘 알았을 노씨가 아무 대가 없이 끼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씨의 오락가락하는 말도 의혹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내사를 벌여온 검찰은 혐의가 드러난 정 전 회장과 정씨 형제 말고도, 추가로 돈을 받은 농협 관계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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