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코 체제 헌법불합치 결정
다양성 유지 ‘공익성’ 외면…생존경쟁 격화 예고
콘텐츠 상업화 우려…MBC 민영화 맞물려 ‘촉각’ “작은 매체는 다 죽으란 소리다.” 헌법재판소가 27일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판매독점 체제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지역·종교방송 쪽에선 격앙된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이영훈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은 “헌재가 지난 27년간 유지돼온 코바코 체제의 사회적 합의를 신중치 못한 판단으로 뒤집어버려 실망스럽다”며 “앞으로 지역방송은 태풍 앞에 놓인 민들레 신세가 됐다”고 비판했다. 코바코 관계자도 “방송의 공공성 유지라는 코바코의 존재 이유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헌재 판결로 관련법 개정이 시급해지면서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방송광고 판매대행 업무는 1981년 설립된 코바코가 독점해왔다. 광고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것도 사실이나, 여론 독과점 우려가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코바코 체제는 매우 중요한 공익적 기능을 담당해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광고 안배를 통해 작은 방송을 지원함으로써 여론 다양성을 유지하는 구실을 해왔고, 광고를 매개로 광고주와 방송사 사이에 이뤄지는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를 막았다. 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권 상실로 앞으로 방송광고 시장의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코바코의 조정 기능이 사라지면서 매체 영향력에 따른 방송광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채수현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조만간 한국 방송은 광고가 몰리는 거대 매체만 살아남고, 광고에서 배제되는 작은 매체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라며 여론 다양성 위축을 우려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의뢰한 ‘방송광고 제도 변화에 따른 매체별 광고비 영향 분석’ 결과를 보면, 정부가 우선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한경쟁 방식(공영방송은 코바코가, <에스비에스>는 민영미디어렙이 맡는 방식) 도입 후 4년 만에 지역방송은 20%(1700억여원), 종교방송은 80%(약 200억여원)의 광고가 줄어든다. 신문의 피해도 막대하다.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광고 규모는 제도 도입 4년 후 26.9%(5500억여원) 줄어들고, 기타 일간지는 이듬해에만 40.2% 감소해 경영위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열한 광고 수주 경쟁으로 콘텐츠의 상업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헌재 판결에 따른 법 개정은 언론 전체를 자본논리에 휩싸이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후속 절차로 이뤄질 관련법 개정은 정부·여당의 <문화방송>(MBC) 및 <한국방송2>(KBS2) 민영화로 대표되는 공영방송 구조 개편과도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채수현 실장은 “에스비에스는 민영미디어렙에 넣고 엠비시는 공영과 민영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화방송의 공·민영 선택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국가 기간방송법’이 요구하는 틀과도 동일하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콘텐츠 상업화 우려…MBC 민영화 맞물려 ‘촉각’ “작은 매체는 다 죽으란 소리다.” 헌법재판소가 27일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판매독점 체제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지역·종교방송 쪽에선 격앙된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이영훈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은 “헌재가 지난 27년간 유지돼온 코바코 체제의 사회적 합의를 신중치 못한 판단으로 뒤집어버려 실망스럽다”며 “앞으로 지역방송은 태풍 앞에 놓인 민들레 신세가 됐다”고 비판했다. 코바코 관계자도 “방송의 공공성 유지라는 코바코의 존재 이유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헌재 판결로 관련법 개정이 시급해지면서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방송광고 판매대행 업무는 1981년 설립된 코바코가 독점해왔다. 광고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것도 사실이나, 여론 독과점 우려가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코바코 체제는 매우 중요한 공익적 기능을 담당해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광고 안배를 통해 작은 방송을 지원함으로써 여론 다양성을 유지하는 구실을 해왔고, 광고를 매개로 광고주와 방송사 사이에 이뤄지는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를 막았다. 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권 상실로 앞으로 방송광고 시장의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코바코의 조정 기능이 사라지면서 매체 영향력에 따른 방송광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채수현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조만간 한국 방송은 광고가 몰리는 거대 매체만 살아남고, 광고에서 배제되는 작은 매체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라며 여론 다양성 위축을 우려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의뢰한 ‘방송광고 제도 변화에 따른 매체별 광고비 영향 분석’ 결과를 보면, 정부가 우선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한경쟁 방식(공영방송은 코바코가, <에스비에스>는 민영미디어렙이 맡는 방식) 도입 후 4년 만에 지역방송은 20%(1700억여원), 종교방송은 80%(약 200억여원)의 광고가 줄어든다. 신문의 피해도 막대하다.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광고 규모는 제도 도입 4년 후 26.9%(5500억여원) 줄어들고, 기타 일간지는 이듬해에만 40.2% 감소해 경영위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열한 광고 수주 경쟁으로 콘텐츠의 상업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헌재 판결에 따른 법 개정은 언론 전체를 자본논리에 휩싸이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후속 절차로 이뤄질 관련법 개정은 정부·여당의 <문화방송>(MBC) 및 <한국방송2>(KBS2) 민영화로 대표되는 공영방송 구조 개편과도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채수현 실장은 “에스비에스는 민영미디어렙에 넣고 엠비시는 공영과 민영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화방송의 공·민영 선택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국가 기간방송법’이 요구하는 틀과도 동일하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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