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금탈루 고발…검찰, 김해상가 실소유주 파악 주력
박연차(63) 태광실업 회장이 국외 종이회사(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백억원을 조성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국세청 조사에서 포착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검찰은 이날 박 회장의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주식 매매 의혹과 관련해 증권선물거래소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관련기사 5면
국세청은 지난 7월부터 박 회장과 태광실업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여, 박 회장 쪽이 국외 거래 과정에서 수백억원을 조성해 관리한 정황을 잡고 최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에 고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이 국외 거래를 통해 많은 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압수한 자료를 토대로 그의 세종증권 주식 매매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본격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또 세종증권 매각 로비와 관련해 정화삼(62·구속)씨 형제가 정씨 사위 이아무개(33)씨 이름으로 2006년 구입한 상가의 실소유주를 밝히기 위해 이씨에게 상가를 판 김아무개(48)씨를 불러 조사했다. 또 정씨 형제가 경남 김해의 이 상가에 자신들의 어머니 명의로 차렸던 성인오락실 관련자들을 불러, 오락실 수익금 등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도 조사했다. 이 상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6)씨의 소유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정씨 형제에게 세종증권 매각 성공 보수로 30억원을 건넨 홍기옥(59·구속) 세종캐피탈 대표가 이 상가에 5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가 해지한 경위와 관련해,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상가를 사는 데 정확히 얼마의 돈이 들어갔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를 판 김씨의 남편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팔 때 설정돼 있던 근저당 채무 5억원을 이씨가 책임지기로 해, 매매가 9억2천만원 가운데 5억원을 제외한 4억2천만원을 받고 팔았다”고 말했다. 그는 “홍기옥이라는 사람은 매매 과정에서 전혀 몰랐는데, 갑자기 근저당 5억원을 넘겨받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홍 대표가 2006년 세종증권 매각 직후 건넨 30억원 말고도 1년여 전인 2005년 3월 정씨 형제에게 3억원을 착수금조로 건넨 사실을 확인하고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협의 증권사 인수를 반대하던 농림부가 갑자기 찬성 쪽으로 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농협이 로비를 벌인 정황도 잡고 조사에 들어갔다.
김남일, 김해/최상원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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