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액수 높아 공무담임권 차별…내년까지 개정해야”
대통령 선거 출마자에게 5억원을 기탁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다. 다음 대선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기탁금이 대폭 낮춰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7일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등록할 때 5억원을 기탁하도록 한 것은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장기표(63) 전 새정치연대 대선 후보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헌재는 2009년 12월31일까지 관련 조항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5억원의 기탁금은 입후보 예정자가 조달하기에 매우 높은 액수임이 명백하다”며 “국고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 예정자는 재력가가 아니면 이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재산의 많고 적음에 의해 공무담임권 행사 기회를 비합리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는 사람이라도 5억원이 지나친 부담이 돼 입후보를 포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기탁금의 폐지나 하향조정에 따른 후보 난립 우려에 대해서는 “재력이 풍부한 사람에게는 현행 제도가 후보 난립 방지 효과가 없고, 그 기탁금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만 입후보를 방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과태료 내지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기탁금이 고액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기탁금 3억원을 규정한 옛 대통령선거법 조항에는 1995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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