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어제 소환…정화삼씨 사위 잠적 체포나서
세종증권 매각 로비에 연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6)씨가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노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이날 밤 늦게까지 노씨를 상대로 정대근(64·수감 중) 전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 청탁을 해 주는 대가로 홍기옥(59·구속) 세종캐피탈 대표나 정화삼(62·구속)씨 형제한테서 금품을 받았는지 등을 조사했다. 또 정씨 형제가 운영한 경남 김해시 내동 상가의 성인오락실 지분을 노씨가 가지고 있었는지와 오락실 수익금을 배당받았는지도 캐물었다. 검찰은 그동안 확보한 관련자 진술과 자금 추적 결과를 제시하며 노씨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씨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재성 변호사 등 변호인단과 함께 상경한 노씨는 오전 10시40분께 취재진을 따돌리고 대검 청사로 들어가, 11층 특별조사실에서 박경호 중수1과장과 오택림 검사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씨가 본인의 주장을 분명하고 확고하게 진술하고 있다”면서도, ‘노씨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노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인정한 홍 대표와의 만남이나 정 전 회장에게 청탁 전화를 한 사실 등은 시인하면서도 금품수수 혐의는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씨의 조사에는 조카사위인 정 변호사가 입회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홍 대표가 로비 대가로 정씨 형제에게 건넨 30억원의 자금세탁을 맡은 정씨의 사위 이아무개(33)씨가 지난 주말 갑자기 잠적함에 따라 체포영장을 받아 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조사에 협조적이던 이씨가 노씨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날 태광실업 재무담당 임직원들을 불러 박연차(63) 회장이 세종증권 매각과 관련한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고 국외 유령회사를 통해 수백억원을 탈세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최 기획관은 “박 회장의 소환 시기는 이번주보다 다음주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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