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 2005년 농협에 팔려고 ‘끈’ 물색
노건평씨와 친분 정화삼씨 형제에 접근
검찰 2008년 10월 노건평씨 개입정황 포착
노건평씨와 친분 정화삼씨 형제에 접근
검찰 2008년 10월 노건평씨 개입정황 포착
매각 비리 관련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고리’인 노건평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검찰 수사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세종증권 매각 비리의 출발점은 농협중앙회가 증권사 인수를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 2005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00조원 넘는 운용자산을 직접 관리할 증권사를 물색하던 농협은 그해 1월 세종증권 등 13개 중·소형 증권사에 인수의향서를 보냈다. 세종증권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의 김형진 회장은 별다른 수익을 못내던 세종증권을 농협에 팔 것을 홍기옥 대표에게 지시한다. 홍 대표는 인수 결정권을 쥔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에게 직접 로비를 시도하는 한편, 좀 더 확실한 로비 루트로 평소 친분이 있던 정화삼씨 형제를 찾았다. 같은 해 3월 정씨 형제에게 착수금조로 수억원을 건넨 홍 대표는 정 전 회장과 연결되는 ‘선’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검찰은 이미 이때부터 홍 대표가 노씨를 염두에 두고, 노씨와 잘 아는 정씨 형제를 로비 출발점으로 삼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석달 뒤 정씨 형제의 주선으로 경남 김해에 내려온 홍 대표를 만난 노씨는, 이 자리에서 로비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노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홍 대표를 만난 다음 날 정 전 회장에게 ‘아는 사람들이 연락할 테니 말을 한 번 들어보라’고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농림부의 반대와 농협법 개정 작업으로 주춤하던 농협의 증권사 인수 작업은 2005년 7월로 접어들며 세종증권 쪽으로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다. 농협 인수설이 돌며 주당 2천원대에 불과하던 세종증권 주가도 가파르게 올라 12월 인수가 확정되기 직전에는 1만9천원까지 상승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 시세차익으로 178억원을 남긴 것도 이때다. 검찰은 세종증권으로 인수 대상이 압축되는 과정과, 농림부의 태도 변화에 로비의 ‘약발’이 먹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홍 대표는 세종증권 매각 확정 전후인 2005년 12월~2006년 2월 정 전 회장에게 50억원, 정씨 형제에게 30억원을 ‘성공 보수’로 전달했다. 정씨 형제는 이 돈을 세탁한 뒤 경남 김해 내동에 상가를 구입하고 성인오락실을 개장해, 1년 정도 운영하며 매일 2천만원 정도를 벌어 들였다. 검찰은 여기서 나온 수익금의 일부가 노씨 쪽으로 건너갔을 것으로 보고 집중적인 자금 추적을 벌여 왔다.
2006년 8월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며 이 오락실에 대통령 친인척이나 정권 실세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밑천인 30억원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2년여가 흐른 지난 9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들어간 검찰은 한 달 만인 10월 노씨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면서 수사의 밑그림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9일 검찰이 공개 수사에 착수한 지 13일 만에 노씨는 검찰청사로 불려나오게 됐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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