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씨가 1일 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뒤 검찰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청탁대가 노씨 몫’ 진술 확보
“금품 수수 의심할 이유 있어”
“금품 수수 의심할 이유 있어”
검찰이 노건평씨의 구속영장에 적용한 죄목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다.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와 관련해 청탁 등의 편의를 봐주고 금품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다.
검찰은 2005년 당시 노씨가 정화삼씨 형제와 함께 금융기관의 장인 농협의 정대근 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와 관련한 청탁을 해주는 대가로 홍기옥 세종캐피탈 대표한테서 금품을 받기로 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또 정씨 형제가 경남 김해시 내동 상가에 성인오락실을 차리고 영업하는 과정에 노씨가 연루된 정황을 잡고, 그가 모두 5억원 안팎의 금품을 챙겼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성인오락실 수익금이 노씨 쪽으로 건너간 정황을, 애초 정씨 형제와 노씨가 30억원을 나누기로 공모했다는 혐의의 유력한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가 성인오락실 수익 부분에 관해 “혐의라기보다 증거 쪽에 가깝다”고 설명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노씨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정씨 형제가 30억원에서 직접 돈을 빼 주지는 않고 투자 수익을 몰래 건넸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노씨는 30억원 중 일부를 받았다는 의혹은 물론 성인오락실 지분을 가졌다거나, 수익금을 건네받았다는 혐의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조사를 받고 난 뒤에도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노씨 쪽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노씨가 조사받을 때 검찰 역시 오락실 수익금이 노씨에게 건네졌다는 부분을 확실히 입증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날 노씨의 영장을 청구하며 “증거 관계를 대조·검토한 결과 금품을 수수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표현한 것은 그로부터 ‘자백’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검찰은 노씨가 청탁 대가로 공범들과 함께 30억원을 받기로 한 ‘범의’가 인정되기 때문에 영장 발부를 자신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노씨를 “법률적으로 범죄 수익 30억원의 포괄적 공범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에게 전화 한 통 해줬을 뿐”이라는 해명과 달리, 검찰은 로비의 전반적 과정에 노씨가 적극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법조계에서는 관련자 진술이나 정황의 신빙성이 인정받는다면 영장 발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수사 내용이나, 영장 실질심사에서의 노씨의 해명을 토대로 그의 ‘공범’들의 진술에 의문을 품을 경우 영장을 기각할 수도 있다. 한 변호사는 “노씨의 영장 실질심사는 (사실관계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본안 재판의 성격도 띨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꼼꼼히 의견서를 작성하는 한편, 구체적 혐의 내용의 보안에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김남일 박현철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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