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밝혀…노씨 ‘세종증권 로비’ 3억수수 시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8일 노건평(66·구속)씨가 차명으로 매입한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옛 패스21) 주식 100만주는 노씨가 소유한 정원토건의 회삿돈 10억여원을 빼돌려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씨는 정대근(64·수감 중) 전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를 청탁하고, 정화삼(62·구속)씨 형제를 통해 홍기옥(59·구속) 세종캐피탈 대표가 건넨 30억원을 받은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검찰은 2004년 초 박연차(63) 태광실업 회장이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일 때 노씨가 친구 3명의 이름으로 1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사실을 확인하고 횡령과 탈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10억원의 정확한 출처를 규명하고 있는데, 횡령·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씨는 이날 조사에서 그동안 부인했던 로비 사실을 일부 시인하며, 2006년 4월께 정씨 형제로부터 현금 3억원을 받은 사실 등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5년 말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정보가 사전에 박 회장이나 정·관계 인사들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주식거래 전수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최 기획관은 “태광실업과 농협 관계자 일부가 의심이 가는 시점에 주식을 거래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17대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을 확인한 결과, 2005년을 전후해 본인과 배우자, 자녀 이름으로 세종증권 주식을 거래한 의원은 2명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의 주식 매입 시점이나 거래량으로 볼 때 수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박 회장이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휴켐스 인수를 앞두고 정대근(64·수감 중) 전 농협 회장에게 건넸다가 돌려받은 20억원이 세종증권 주식 시세차익 가운데 일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세청이 고발한 박 회장의 국내외 조세포탈 혐의액이 모두 200억원대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김남일 김지은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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