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범위 ‘국가이익’으로 확대
국회 정보위원회는 9일 통상·과학·기술개발 분야 공공기관의 비밀을 탐지·수집·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국가정보원에 비밀유출 경위 조사권을 주는 내용의 ‘비밀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해 논의에 들어갔다. 이 법안은 그동안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돼 있던 비밀의 범위를 국가이익과 관련된 사항으로 확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이라는 비판이 높아 법안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안심사소위에 넘긴 ‘비밀보호법’은 비밀의 범위를 ‘국방정책, 군사전략, 작전 및 무기개발 운용 등’ 군사기밀에 관한 사항뿐 아니라 △통일·외교·통상에 관한 사항(제 4조 2항의 3) △국익과 관련된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에 관한 사항(4조 2항의 5) 등으로 명시했다.
또 이런 공공기관의 비밀을 탐지·수집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이 비밀을 타인에게 누설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아울러 비밀의 효율적 보호·관리를 위해 국가정보원에 비밀 보호와 관련한 기본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 비밀관리 기업 연구·보급 및 표준화 권한뿐 아니라, 비밀의 분실·누설 등에 대한 경위조사권까지 주도록 했다.
정부는 “비밀의 지정보호 해제 및 침해 처벌 등 전과정을 법률로 규율해 비밀 관리 업무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게 법안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비밀의 범위가 너무 확대됐고, 처벌 규정도 무거워 사실상 국민과 언론, 국회의 정보 접근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부른다고 반발하고, 야당인 민주당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엄격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보위원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부가 제출한 비밀보호법은 너무 국가 중심적이고, 국회 국정감사·조사에 필요한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도 있다”며 “정보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엄밀히 따져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승근 강희철 기자 sk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