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년 안희정에 정치자금 ‘벌금형’
정치권서 명성 얻으며 승승장구
정치권서 명성 얻으며 승승장구
박연차 회장은 1971년 나이키 상표 신발 제조로 유명한 태광실업의 전신인 정일산업을 경남 김해에 세우면서 당시 세무공무원이었던 노건평씨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88년 부산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을 때, 동생 선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씨가 내놓은 김해 땅을 사들였다. 17대 대선을 앞둔 2002년에는 노씨가 동생의 대선 출마를 돕겠다며 내놓은 거제 부동산도 샀다. 김해상공회의소 회장이던 그는 당시 부산·경남 일대에서 현금 동원력이 가장 높은 재력가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지역 유지’이던 박 회장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때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에게 7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때문에 ‘대통령의 후원자’라는 명성을 얻어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돈다.
노 전 대통령 주변에서는 박 회장이 ‘기피 대상’이었다는 말도 나오지만, 그와 참여정부의 인연은 이어진다. 박 회장의 셋째 딸은 2003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또 2006년 5월 부인과 회사 임직원 등 5명의 이름으로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에게 300만~500만원씩 모두 98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북한 방문단에 끼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마련한 봉하마을 사저 터는 박 회장의 최측근인 정아무개씨 이름으로 돼 있던 땅을 사들인 것이다.
박 회장은 2002년 대선 전까지 한나라당 재정위원을 지낼 정도로 현 여권과도 인연이 있다. 검찰에 나온 그의 입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은 이런 그의 이력과 상당한 재력 때문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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