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이광재·이용희 등 “단순 친분 때문에” 해명
“박연차 회장 사업가라 회사 살리기 위해 입 열 수도”
“박연차 회장 사업가라 회사 살리기 위해 입 열 수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는 이제 정·관계 로비 의혹 쪽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여야를 넘나드는 인맥을 자랑하는 박 회장 쪽도 이목을 끌지만, 수감 중인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도 정치권과의 교분이 두터워 이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 폭발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정·관계 로비 의혹 한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은 정치적 의리를 따지는 정치인이 아닌 사업가다. 구체적인 팩트를 가지고 추궁하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입을 열 수도 있다”며, 박 회장의 입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드리면 터질 수 있는 ‘폭탄’으로 박 회장보다는 정 전 회장이 거론되기도 한다. 현대차그룹한테서 3억원의 뇌물을 받아 징역 5년이 확정된 정 전 회장은 형기가 3년 넘게 남아 있다. 세종증권 인수 대가로 받은 50억원을 놓고도 뇌물죄가 인정되면 형기는 상당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 64살인 정 전 회장은 천식 등 지병이 있어 수감생활을 힘들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이 정상참작을 받아 형량을 줄이려고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정 전 회장이 수감돼 있던 서울구치소와 의정부교도소의 특별면회 기록을 확보해, 그동안 정 전 회장을 찾아온 여야 정치인 30여명을 살펴보고 있다. 면회 기록에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이광재 민주당 의원, 이용희 자유선진당 의원 등이 정 전 회장을 면회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친분 관계 때문이라거나, 의정활동에 협조해 준 것 때문에 정 전 회장을 만났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광재 의원 쪽은 “정 전 회장이 지역구인 강원도 지역 수해 농민들을 많이 도와줬다. 강원도 출신 농협 직원하고 두 차례 면회를 갔을 뿐, 금전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다음주쯤 50억원의 계좌 추적이 끝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까지 눈에 띄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박 회장 탈세 수법 이날 구속된 박 회장이 탈세 과정에서 치밀하게 위장거래와 차명거래를 반복한 과정도 눈에 띈다. 태광실업은 미국 나이키에 신발을 납품하는 국외 업체인 태광비나(베트남)와 청도태광(중국), 이들 업체에 신발 자재를 납품하는 태진을 운영하고 있다. 태진은 과거 두 업체에 자재를 직접 납품해 왔지만, 박 회장은 중간에 에이피시(APC)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끼워넣어 이 업체를 통해 5900만달러어치의 자재를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는 태광아메리카 대표로 미국 국적자인 조아무개씨와 그의 딸이 지분을 100% 보유한 것처럼 내세우고는 이들이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꾸미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 거래에 다른 이들의 이름을 빌려 주식 대량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피해 간 혐의도 받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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