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영효율화 요구에 공기업들이 ‘10% 이상의 인원감축’ 목표를 채우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사 합의에 따른 자발적 퇴사가 가장 무난한 방식이겠지만 노조가 순순히 응할리 없는데다, 외환위기때 사용됐던 희망퇴직도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공기업들의 인력 감축은 모든 공공기관들의 효율을 10% 제고하라는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따라 추진되고 있다.
`10%이상 목표 채우기’ 자연감소 활용·외주화 추진
“지금도 인력 부족한데…” 생산성 저하 역효과 우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하면서…” 책임전가 비판 한전과 철도공사는 정년퇴직 등 예정된 자연감원으로 목표치를 채운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전은 한해 자연감소 인원(600~700명)으로 향후 3~4년 동안 정원의 10% 가량인 2천여명의 인력을 줄일 수 있다고 밝힌다. 이 때문에 신규인력 채용은 불가능하다는 태도다. 한전 관계자는 “인력운영이 비효율적인 건 어느 정도 사실”이라며 “희망퇴직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또 송·배전 부문을 통합하고, 본사 조직을 슬림화해 주로 관리직과 지원 인력을 줄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철도공사 역시 한해 800여명에 이르는 자연감소 인원으로, 앞으로 4년 동안 정원의 12%인 3800여명을 줄인다는 방침을 정하고 노조와 협의하고 있다. 한전과 철도공사처럼 그나마 자연감원으로 목표치의 상당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곳은 그나마 나은 경우다. 나머지 공기업들은 희망퇴직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설립된 지 25년에 불과해 2012년까지의 자연감소 인원이 채 5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목표치에 맞추려면 400명 이상의 기존 직원을 강제 퇴출시켜야 할 형편이다. 가스공사 노조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더라도 강제 퇴출을 단행한다는 게 회사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경우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달 20일부터 15년 이상 근무한 일반직 직원과 청원경찰, 보안검색 감독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은 한차례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던 외환위기때 큰 효과를 거뒀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실제 한국공항공사는 지금까지 희망퇴직 신청자가 한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개편과 근무방식 변경, 외주화 등도 인력감축의 유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공사는 가스공급관리소의 근무체제를 바꾸고, 소방대, 청원경찰 등의 인력을 외주화해 인력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가스배관의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가스공급관리소는 현재 ‘1+1인 근무체제’인데 이를 ‘1인 근무체제’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인력이 대다수를 차지하거나 신·증설 등으로 신규인력을 요구받는 공기업들은 특히 큰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원자력발전 설계와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한국전력기술은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정부가 요구하는 해외사업 인력 충원도 뒷받침하지 못할 형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기술인력이 90%를 차지해 사람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다 보니 인원감축은 곧바로 설계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외환위기때 구조조정이 이뤄진 뒤 7년 동안 신규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세대간 기술력 단절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당장은 인력감축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생산성도 저하돼 효율화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발전소 증설을 앞둔 발전회사들도 오히려 신규인력이 필요한 마당에, 정부 구조조정 방침으로 부족한 인력도 채우지 못할 형편이다. 발전노조 쪽은 지금도 700여명의 인력이 부족한 걸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추가 감원은 곧바로 노동강도 강화와 운영 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기업 직원들은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행태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만 경영 등 공기업 비효율의 1차적 책임은 경영진에 있는데, 왜 이를 직원들에게 떠넘기냐는 것이다. 한 공기업 간부는 “현 정부도 전문성 없는 인사를 기관장, 임원, 감사 등에 낙하산으로 앉혀놓은 건 마찬가지”라며 “그 책임은 다음 정권때 또 우리가 져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인원감축의 폭이 달라지는 현실을 두고 한 공기업 노조위원장은 “참여정부가 ‘로드맵’ 때문에 망했다면 엠비(MB)정부는 로드맵이 없어서 망할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재명 송창석 기자 miso@hani.co.kr
“지금도 인력 부족한데…” 생산성 저하 역효과 우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하면서…” 책임전가 비판 한전과 철도공사는 정년퇴직 등 예정된 자연감원으로 목표치를 채운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전은 한해 자연감소 인원(600~700명)으로 향후 3~4년 동안 정원의 10% 가량인 2천여명의 인력을 줄일 수 있다고 밝힌다. 이 때문에 신규인력 채용은 불가능하다는 태도다. 한전 관계자는 “인력운영이 비효율적인 건 어느 정도 사실”이라며 “희망퇴직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또 송·배전 부문을 통합하고, 본사 조직을 슬림화해 주로 관리직과 지원 인력을 줄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철도공사 역시 한해 800여명에 이르는 자연감소 인원으로, 앞으로 4년 동안 정원의 12%인 3800여명을 줄인다는 방침을 정하고 노조와 협의하고 있다. 한전과 철도공사처럼 그나마 자연감원으로 목표치의 상당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곳은 그나마 나은 경우다. 나머지 공기업들은 희망퇴직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설립된 지 25년에 불과해 2012년까지의 자연감소 인원이 채 5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목표치에 맞추려면 400명 이상의 기존 직원을 강제 퇴출시켜야 할 형편이다. 가스공사 노조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더라도 강제 퇴출을 단행한다는 게 회사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경우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달 20일부터 15년 이상 근무한 일반직 직원과 청원경찰, 보안검색 감독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은 한차례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던 외환위기때 큰 효과를 거뒀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실제 한국공항공사는 지금까지 희망퇴직 신청자가 한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개편과 근무방식 변경, 외주화 등도 인력감축의 유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공사는 가스공급관리소의 근무체제를 바꾸고, 소방대, 청원경찰 등의 인력을 외주화해 인력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가스배관의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가스공급관리소는 현재 ‘1+1인 근무체제’인데 이를 ‘1인 근무체제’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인력이 대다수를 차지하거나 신·증설 등으로 신규인력을 요구받는 공기업들은 특히 큰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원자력발전 설계와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한국전력기술은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정부가 요구하는 해외사업 인력 충원도 뒷받침하지 못할 형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기술인력이 90%를 차지해 사람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다 보니 인원감축은 곧바로 설계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외환위기때 구조조정이 이뤄진 뒤 7년 동안 신규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세대간 기술력 단절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당장은 인력감축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생산성도 저하돼 효율화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발전소 증설을 앞둔 발전회사들도 오히려 신규인력이 필요한 마당에, 정부 구조조정 방침으로 부족한 인력도 채우지 못할 형편이다. 발전노조 쪽은 지금도 700여명의 인력이 부족한 걸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추가 감원은 곧바로 노동강도 강화와 운영 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기업 직원들은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행태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만 경영 등 공기업 비효율의 1차적 책임은 경영진에 있는데, 왜 이를 직원들에게 떠넘기냐는 것이다. 한 공기업 간부는 “현 정부도 전문성 없는 인사를 기관장, 임원, 감사 등에 낙하산으로 앉혀놓은 건 마찬가지”라며 “그 책임은 다음 정권때 또 우리가 져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인원감축의 폭이 달라지는 현실을 두고 한 공기업 노조위원장은 “참여정부가 ‘로드맵’ 때문에 망했다면 엠비(MB)정부는 로드맵이 없어서 망할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재명 송창석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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