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값 상한제 폐지, 건설업계 손들어줘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거품해소에 역행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거품해소에 역행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값 상한제를 폐지하고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려는 것은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부동산 규제를 해체하는 작업의 마지막 절차를 밟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조처가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부족에 대비하고, 집값이 크게 떨어진 강남권에도 거래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경제 위기상황을 빌미로 이번 기회에 공급과 수요 쪽의 규제 장치를 모두 제거해, 건설경기 부양과 부동산시장 회복을 위해 군불을 확실히 지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들어 수많은 규제 완화 조처가 진행됐지만, 이번 분양값 상한제 폐지와 강남3구의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다른 규제 완화와는 다른 상징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민간택지 분양값 상한제의 경우, 참여정부에서도 원가공개 논란 등 적지않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난 끝에 임기 막바지인 2007년 9월에 분양값 상승 억제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정부는 당시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는 상한제 적용을 예외로 해, 올해 서울, 수도권 민간택지에서는 분양값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아파트가 공급된데 이어 내년부터 상한제 아파트가 본격 공급될 예정이었다. 따라서 민간택지 분양값 상한제를 이대로 폐지한다면 제대로 시행도 못해본 채 접는 것으로, 지금까지 신규 공급에 나서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며 상한제 폐지를 요구했던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용인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과)는 “고분양값으로 인해 수요와 괴리가 생겨 미분양 물량이 양산된 상황에서 상한제를 폐지해 분양값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것은 시장의 요구와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강남3구의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누구나 돈만 있으면 강남에서 집을 사는 데 걸림돌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투기지역에서 풀리면 집을 살 때 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받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없어지며,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면 분양권 전매제한이 완화되고 재당첨 제한(5년)도 없어진다. 이런 조처는 앞으로 시중 금리가 내리고 주택담보 대출을 받기가 쉬워진 상황에서 ‘강남발 집값 상승’ 기대감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주택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까지 풀리면 강남의 모든 규제 장치가 완전히 해체되며, 분양값 상한제 폐지의 최대 수혜지역도 강남권 재건축”이라며 “경기 회복시점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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