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인시위’마저 가로막아
“이렇게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누굴 위한 겁니까?”
29일 오전, 낙동강 안동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 착공식장 부근에서 경찰이 만든 사람 장벽에 둘러싸여 1인 시위를 벌이던 한 환경운동가가 분통을 터뜨렸다. ‘짝퉁(유사) 대운하 사업’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이 환경단체들의 반대 기자회견과 시위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29일 경북 안동과 전남 나주에서 첫삽을 떴다.
이날 오전 11시 경북 안동시 영호대교 둔치에서는 ‘낙동강 안동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 착공식’이 열렸다. 착공식에는 한승수 총리와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김관용 경북지사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행사 40분 전인 오전 10시20분께 행사장에서 100여m 떨어진 탈춤 공연장 앞에서는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등 시민·환경단체 회원 40여명이 기자회견을 먼저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국민이 반대하면 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던 이명박 정부가 6개월 만에 ‘4대강 물길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14조1418억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사실상 대운하 건설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회원들이 1인 시위를 벌이기 위해 흩어지려 하자, 경찰이 이들을 가로막았다. 1~2명씩 고립된 시위대는 “정상적인 통행을 무슨 이유로 가로막느냐”고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경찰은 “1인 시위가 아니라 신고하지 않은 불법 시위여서 차단했다”고만 밝혔다.
이어 이날 오후 3시께 전남 나주시 영산대교 인근 영산강 둔치에서도 ‘영산강 생태하천 조성공사’ 착공식이 열렸다. 안동에서 헬기로 이동한 한 총리와 정 장관 등 참석한 착공식에서 발파 축포와 함께 덤프트럭 4대와 삽차 2대가 공사하는 것처럼 시늉을 보이기도 했다..
행사 도중 착공식장 건너편 영산강 둔치에서는 영산강 운하 백지화 광주전남 시민행동 소속 회원 10여명이 대운하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려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최낙선(41) 시민생활환경회의 사무처장과 김광훈(42) 광주환경운동연합 사업사무국장은 이날 긴 장화를 신고 강에 들어가 ‘이명박 정부는 미친 운하 사업 중단하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하려가 나주경찰서 영산지구대로 연행됐다가 착공식 행사가 끝난 뒤에야 풀려났다. 시민행동 김춘희 간사는 “일부 회원들은 경찰이 둘러싸 타고 온 자동차에서 내리지조차 못했다”며 “평화적인 시위를 통해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 것조차 봉쇄당했다”고 말했다.
안동 나주/박영률 정대하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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