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무대뒤 조연들
가족끼리 연인끼리 기축년 새해를 맞던 순간, 다른 이들의 기쁨을 위해 ‘무대 뒤에서’ 새해를 맞은 이들이 있다. 새해맞이 행사장에서, 송년 파티로 분주한 호텔 객실에서 땀 흘린 이들의 바쁜 세밑을 들여다봤다.
행사 조연출 김종범씨
“한번쯤 가족과 즐겼으면” ■ 새해맞이 행사장에서 “10, 9, 8 … 3, 2, 1! 2009년이 밝았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듀 2008! 웰컴 2009!’ 행사의 조연출 김종범(35·맨 위 사진)씨는 무대 뒤에서 가슴 졸이며 카운트다운 영상을 지켜봤다. 사람들의 함성과 환호에 안도할 틈도 없이 곧장 다음 순서를 챙기느라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이제 폭죽 터질 차례거든? 관객들 잘 통제하고 …. 참, 새해 복 많이!” 1월1일 0시를 공연장에서 맞이하는 게 벌써 8년째.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면서 ‘올해도 잘 정리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뿌듯합니다.” 하지만 아내와 다섯 살짜리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해가 바뀌는 카운트다운을 지켜보면서, ‘나도 가족들과 객석에서 즐겼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을 때도 있다. 올해엔 이루고 싶은 꿈도 많다. “사람들한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큰 축제를 기획하고 싶어요. 6월에 태어날 둘째도 건강했으면 좋겠고요.” 음악회 조명기사 허환씨
“조명디자인 공부가 꿈” ■ 송년음악회 무대 뒤에서 무대 위 조명기기를 정리하던 허환(26·가운데)씨는 “새해 복 많이 받아”라는 동료의 말을 듣고서야 고개를 들었다. “매번 새해를 이런 식으로 맞네요. 허허.” 그는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송년음악회 조명 담당이다. 31일 밤 11시40께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새해 소망을 적은 풍선을 날려보내러 나간 사이, 허씨는 날쌘 동작으로 무대 조명기기를 정리했다. 나이트클럽에서 조명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5년 전부터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연말 공연 시즌이 지나면 밥벌이가 걱정이다. 그는 “돈벌이가 들쭉날쭉해 힘들긴 하지만 내가 설치한 무대 공연을 보는 게 즐거움”이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정식으로 조명디자인을 공부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호텔 객실 청소원 남씨
“올핸 중국 돌아가길…” ■ 파티룸 호텔 객실에서 31일 밤 11시 ‘송년 파티룸’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서울 신촌의 한 호텔 로비. 호텔 객실 청소용역 직원 남아무개(54·여·맨 아래)씨의 무전기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608호, 702호실 부탁드립니다.” 청소도구가 담긴 노란 바구니를 들고 남씨는 객실에 들어갔다. 서둘러 샤워기로 욕조를 헹궈낸 뒤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깨끗이 닦았다. 변기를 닦고 비누·샴푸·치약을 새것으로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504호실을 한창 청소하고 있을 때, 옆방 객실에서 손님들의 카운트다운 소리와 환호성이 들렸다. “그냥 또 한 해가 가는구나 하는 거죠, 뭐.” 남씨는 일본에서 유학 중인 큰딸 학비를 대려 2004년 한국에 온 재중동포다. 서울 동대문의 월셋방에서 혼자 산다. “새해에는 경제가 많이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소망요? 당연히 중국에 돌아가서 가족들하고 함께 사는 거죠.” 글·사진 이승준 이경미 송채경화 기자 gamja@hani.co.kr
“한번쯤 가족과 즐겼으면” ■ 새해맞이 행사장에서 “10, 9, 8 … 3, 2, 1! 2009년이 밝았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듀 2008! 웰컴 2009!’ 행사의 조연출 김종범(35·맨 위 사진)씨는 무대 뒤에서 가슴 졸이며 카운트다운 영상을 지켜봤다. 사람들의 함성과 환호에 안도할 틈도 없이 곧장 다음 순서를 챙기느라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이제 폭죽 터질 차례거든? 관객들 잘 통제하고 …. 참, 새해 복 많이!” 1월1일 0시를 공연장에서 맞이하는 게 벌써 8년째.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면서 ‘올해도 잘 정리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뿌듯합니다.” 하지만 아내와 다섯 살짜리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해가 바뀌는 카운트다운을 지켜보면서, ‘나도 가족들과 객석에서 즐겼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을 때도 있다. 올해엔 이루고 싶은 꿈도 많다. “사람들한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큰 축제를 기획하고 싶어요. 6월에 태어날 둘째도 건강했으면 좋겠고요.” 음악회 조명기사 허환씨
“조명디자인 공부가 꿈” ■ 송년음악회 무대 뒤에서 무대 위 조명기기를 정리하던 허환(26·가운데)씨는 “새해 복 많이 받아”라는 동료의 말을 듣고서야 고개를 들었다. “매번 새해를 이런 식으로 맞네요. 허허.” 그는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송년음악회 조명 담당이다. 31일 밤 11시40께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새해 소망을 적은 풍선을 날려보내러 나간 사이, 허씨는 날쌘 동작으로 무대 조명기기를 정리했다. 나이트클럽에서 조명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5년 전부터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연말 공연 시즌이 지나면 밥벌이가 걱정이다. 그는 “돈벌이가 들쭉날쭉해 힘들긴 하지만 내가 설치한 무대 공연을 보는 게 즐거움”이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정식으로 조명디자인을 공부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호텔 객실 청소원 남씨
“올핸 중국 돌아가길…” ■ 파티룸 호텔 객실에서 31일 밤 11시 ‘송년 파티룸’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서울 신촌의 한 호텔 로비. 호텔 객실 청소용역 직원 남아무개(54·여·맨 아래)씨의 무전기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608호, 702호실 부탁드립니다.” 청소도구가 담긴 노란 바구니를 들고 남씨는 객실에 들어갔다. 서둘러 샤워기로 욕조를 헹궈낸 뒤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깨끗이 닦았다. 변기를 닦고 비누·샴푸·치약을 새것으로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504호실을 한창 청소하고 있을 때, 옆방 객실에서 손님들의 카운트다운 소리와 환호성이 들렸다. “그냥 또 한 해가 가는구나 하는 거죠, 뭐.” 남씨는 일본에서 유학 중인 큰딸 학비를 대려 2004년 한국에 온 재중동포다. 서울 동대문의 월셋방에서 혼자 산다. “새해에는 경제가 많이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소망요? 당연히 중국에 돌아가서 가족들하고 함께 사는 거죠.” 글·사진 이승준 이경미 송채경화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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