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바게닝=범행 자백때 감형해주는 제도
형사소송법·형법 개정 추진
“진술 의존한 수사 고착” 우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부장 이인규)는 7일 범행을 자백하면 형량을 깎아주는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와 제3자의 범행을 증언한 피의자를 가볍게 처벌하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 등을 뼈대로 한 형사소송법 및 형법 개정안을 올해 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권한의 지나친 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사법방해죄, 참고인 구인제, 영장항고제 등 ‘숙원 과제’들도 개정안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사법방해죄는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을 하거나 타인의 진술을 막기 위해 회유·폭행·협박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참고인 구인제는 범죄와 관련한 중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법원의 영장을 받아 구인할 수 있는 제도다. 검찰과 법원의 영장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제기됐던 영장항고제는 판사의 영장 기각에 대해 상급 법원에 항고할 수 있는 제도다. 안태근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뇌물죄 등 부패범죄는 날로 고도화·지능화하고 있지만 수사 과정에의 변호인 참여가 확대되고 진술 거부 등으로 수사 여건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며 “한정된 수사력을 보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이들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이 제도들의 도입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검찰 수사권 남용 등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에 맞닥뜨려 도입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안태근 과장은 “관련 제도들이 시행되더라도 형의 감면이나 구인영장 발부 여부 등 최종 판단 권한은 법원에 주어지기 때문에 남용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과 학계에서는 이런 식의 검찰권 강화가 피조사자 인권 보장이나 공판중심주의에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나 참고인의 지위를 더욱 약화시킬 우려가 높다”며 “진술에 의존하는 수사 관행이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양균 전북대 교수(형법)는 “검사의 수사·공소권을 지나치게 확대해 악용될 소지가 있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문제가 됐다”며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뒤로 수사 여건 등이 구체적으로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진술 의존한 수사 고착” 우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부장 이인규)는 7일 범행을 자백하면 형량을 깎아주는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와 제3자의 범행을 증언한 피의자를 가볍게 처벌하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 등을 뼈대로 한 형사소송법 및 형법 개정안을 올해 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권한의 지나친 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사법방해죄, 참고인 구인제, 영장항고제 등 ‘숙원 과제’들도 개정안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사법방해죄는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을 하거나 타인의 진술을 막기 위해 회유·폭행·협박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참고인 구인제는 범죄와 관련한 중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법원의 영장을 받아 구인할 수 있는 제도다. 검찰과 법원의 영장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제기됐던 영장항고제는 판사의 영장 기각에 대해 상급 법원에 항고할 수 있는 제도다. 안태근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뇌물죄 등 부패범죄는 날로 고도화·지능화하고 있지만 수사 과정에의 변호인 참여가 확대되고 진술 거부 등으로 수사 여건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며 “한정된 수사력을 보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이들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이 제도들의 도입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검찰 수사권 남용 등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에 맞닥뜨려 도입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안태근 과장은 “관련 제도들이 시행되더라도 형의 감면이나 구인영장 발부 여부 등 최종 판단 권한은 법원에 주어지기 때문에 남용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과 학계에서는 이런 식의 검찰권 강화가 피조사자 인권 보장이나 공판중심주의에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나 참고인의 지위를 더욱 약화시킬 우려가 높다”며 “진술에 의존하는 수사 관행이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양균 전북대 교수(형법)는 “검사의 수사·공소권을 지나치게 확대해 악용될 소지가 있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문제가 됐다”며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뒤로 수사 여건 등이 구체적으로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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