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파산·환율 폭등 ‘족집게 예측’ 화제
검찰 ‘30대·무직’ 공개에 “신뢰 흠집내기”
검찰 ‘30대·무직’ 공개에 “신뢰 흠집내기”
검찰이 긴급체포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정체에 대해선 그동안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정부는 그를 두고 ‘그럴듯한 루머와 괴담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이비 논객’이라고 끊임없이 깎아내렸지만 인터넷 누리꾼들 사이에선 ‘경제 대통령’이라는 칭송이 나올 정도로 두터운 신망을 쌓아왔다. 그가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 올린 글들은 인터넷 여론뿐만 아니라 여의도 증권가의 전문가들한테도 얘깃거리가 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다.
이런 미네르바를 ‘전문대학을 나온 30대 무직자’라고 검찰이 공개하자 대부분 누리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의 신원 공개를 두고, 학벌주의에 기대 미네르바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를 깨려는 음모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미네르바는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7월께부터 아고라에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명쾌한 분석과 예측력을 보여주는 글들을 올렸다. 특히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기 5일 전인 9월10일 리먼 파산과 이후 미국 금융시장의 대격변을 예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환율 문제를 제기한 그는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로 300억달러 이상을 가져오지 못하면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전망대로 환율은 1400원대를 돌파했고 주가 1천선이 무너지며, 한국과 미국 사이에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는 성사됐다.
미네르바의 글 가운데 “하반기에 물가가 오르니 6개월치 생필품을 미리 사두라”는 등 잘못된 예측도 있다. 하지만 대중들은 정부보다 그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였다. 그만큼 정부 정책이 신뢰를 잃은 탓이다.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최근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미네르바의 탄생은 촛불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정부가 일부 학자를 내세워 위기가 아니라고 했다가 위기라고 했다가 갈팡질팡하는 데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라고 말했다.
황상철 김지은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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