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구조 필요성이 있었다면 사고 처리를 도우려고 정차한 차로 인한 또다른 사고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임채웅)는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가 삼성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박아무개씨와 황아무개씨는 2002년 9월 중부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펑크나는 바람에 1차로와 2차로에 걸쳐 정지해 있던 차량을 도우려고 갓길에 차를 댔다. 뒤이어 현장을 본 이아무개씨는 비상등을 켜고 사고 차량 뒤에 차를 세웠는데, 이후 도아무개씨의 차량이 이씨의 차를 들이받으면서 5중 추돌사고가 일어나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에 도씨 차량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고 있는 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는 박씨와 황씨의 보험사를 상대로 9억1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씨와 황씨가 더 먼 곳에 정차했다면 2차 사고 위험은 줄지만 그만큼 구조가 늦어지고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고 보인다”며 “차를 세울 때 충돌 위험을 충분히 피해야 한다는 일반적 의무도 긴박한 당시 상황에 맞게 수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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