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들 “낙하산 안돼” 경계
‘정치권의 사퇴 외압설’에 시달리던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15일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날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외이사들은 이 회장의 불투명한 사퇴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외부인사의 낙하산식 임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포스코는 이날 “이구택 회장이 15일 결산이사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있지만 최고경영자는 임기에 연연하지 않아야 하고, 현재와 같은 비상경영 상황에서는 새 인물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본인의 소임을 어느 정도 완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 외압설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에 대해 회사 임직원들은 물론, 사외이사들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사외이사인 박원순 변호사와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은 모두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박 변호사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철강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 바깥에서 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기본 생각”이라며 외부인사 낙하산식 임명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날 포스코는 2008년 초반 원재료값 폭등과 후반기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매출 30조6천억원, 영업이익 6조5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2007년 대비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51.8% 증가했다. 뛰어난 경영 성과를 보여온 이 회장의 사임은 실적 전망을 악화시키고 외풍에 취약한 지배구조 리스크를 더욱 부각시키면서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포스코 주가는 국내에서 전날보다 5.28% 급락했고, 전날 미국시장에서도 5.59%나 떨어졌다.
이 회장은 새 회장이 선임될 2월27일 주주총회 이전까지 회장직을 유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당분간 후임 회장 인사와 그에 따른 후속조처로 말미암은 진통으로 경영활동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후임에는 정준양(61) 포스코건설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이형섭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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