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4구역 재개발지역 점거농성중이던 철거민들이 20일 오전 서울 한강로3가 한강대로변 빌딩에서 연행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테러작전 뒷전’ 각종 집회·시위 단골 투입
경찰 내부 “행정기관이 할 일에 끼어들어…”
경찰 내부 “행정기관이 할 일에 끼어들어…”
‘대테러 작전’이 주임무인 경찰특공대가 사회갈등 사건의 ‘청소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경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찰특공대는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면서 북한 특수부대 등에 의한 테러에 대비한다는 취지로 1983년 창설됐다. 하지만 정부와 경찰 수뇌부는 이런 취지와 달리, 각종 노사분규와 집회·시위 등에 특공대를 단골로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일 새벽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승인으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철거민 시위 현장에 투입된 경찰특공대는 이전에도 각종 농성현장에 투입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21일 낮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기륭전자 정문 앞 철탑에 노조원 2명이 올라가 농성을 벌이자, 경찰은 경찰특공대 10여명과 전투경찰 400여명을 동원해 진압작전을 펼쳤다. 전경들이 철탑을 에워싸고, 기륭전자 관리직원·용역업체 경비원들이 주변에 매트리스를 깐 상태에서,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철탑에 올라가 노조원들을 끌어내렸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31일 밤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삼청동·효자동 일대로 행진을 벌이자, 경찰 수뇌부는 청와대 인근 경호를 이유로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기도 했다.
2005년 경기 오산시 수청동 철거민 농성현장에도 ‘용산 철거민 참사’처럼 컨테이너 2대에 나눠 탄 경찰특공대원 10여명이 대형 크레인으로 철거민들이 농성 중인 10여m의 망루로 접근해 진압작전을 펼쳤다.
경찰은 경찰특공대의 투입이 “운용규칙에 근거한 적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특공대 운용규칙 제6조는 ‘인질, 총기, 폭발물 및 시설 불법점거 난동 등 중요범죄 예방 및 진압’을 임무로 명시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 운영하는 ‘집회·시위 관리지침’에도 “고난도 작전이 요구되는 경우 특공대를 동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는 “행정기관이 해야 할 일에 경찰이 끼어들었다”, “경찰특공대는 로보캅이 아니다”라는 등의 비판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도 “노동자 파업 현장 등에 경찰특공대가 투입되는 것 자체가, 노동자 등의 요구를 제압해야 할 ‘작전 대상’으로 보는 정권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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