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책임 규명 ‘걸림돌’
‘용산 철거민 참사’의 화재 원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 결과가 ‘추정’ 수준에 그치면서 자칫 화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과수는 “망루 내부 연소를 급속히 확산시킨 연소 매개체는 시너로 한정 가능하다. 망루 전소 및 붕괴 때문에 최초 발화 지점을 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감식 결과를 지난 25일 검찰에 넘겼다. 그러면서 “발전기나 전기기기로 인한 점화 가능성은 없다”며 화염병이 화재 원인이라는 검찰 쪽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덧붙였다.
검찰은 27일 “용산 참사와 관련한 수사 가운데 화재 원인에 대한 수사 진도가 가장 빠르다. 화재 원인과 관련한 큰 줄기는 그려졌다”고 밝혔다. 국과수의 감식 결과가 검찰 조사 내용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화염병이 화재 원인이라는 견해를 고수할 방침임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잠정적 조사 내용을 토대로 철거민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검찰로서는 국과수에서도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에 대한 명확한 답을 구하지 못한 셈이기 때문에 책임 규명에 걸림돌을 만났다고 볼 수 있다. 화재 원인에 대해 철거민 쪽에 주된 책임을 돌리고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혐의로 구속된 철거민들 가운데 누가 던졌거나 놓친 화염병이 불씨가 됐는지 설명되지 않고 있다. 이는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당사자들의 ‘승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형법상 책임 원칙에 비춰 검찰에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입원한 채 조사를 거부하는 용산 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충연(37)씨 등을 조사해 책임 소재를 가릴 진술을 보강할 방침이다.
수사본부장인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는 한편 당시 현장을 찍은 동영상을 느린 화면으로 돌려보며 화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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