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개 법원 판사 456명 대상…대법 “공정한 평가 기대 어려워”
“(사법)연수원 몇 기냐? 어디서 그 따위로 배웠나.” 한 변호사는 지난해 자신이 맡은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재판장으로부터 모욕적 발언을 들었다고 한다. 재판장의 조정 권유에 응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고 이 변호사는 밝혔다. 다른 변호사는 변론이 끝난 뒤 재판장한테서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준비기일 내내 여러 차례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재판부에 고지하지 않았다. 재판부를 속이고 재판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하창우)는 29일 소속 변호사들이 실시한 서울지역 8개 법원의 법관 평가자료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시민단체 등의 법정 모니터링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판사·검사와 함께 ‘법조 삼륜’의 한 축인 변호사단체가 법관을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서울변회는 소속 변호사들에게 “품위 없고 불공정한 재판을 하는 법관에게 경각심을 일깨우자”며 △자질 및 품위 △재판의 공정성 △사건 처리 태도 등 세 가지 영역으로 법관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변호사 491명이 지난해 재판 경험을 가지고 판사 456명을 평가했다고 서울변회는 밝혔다.
서울변회는 평가의 객관성을 위해 5건 이상 평가가 접수된 판사 47명을 선정한 뒤 최고·최하 점수를 받은 부장판사급 재판장을 각 10명씩 선정해 평점과 내용을 대법원에 냈다. 한 건 이상 평가가 접수된 법관 456명의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75.4점으로 나타났다. 서울변회는 이들의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창우 회장은 “앞으로는 연중 수시로 법관 평가를 접수해 이를 인사에 반영해 줄 것을 대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 등은 참고할 수 있겠지만, 재판의 직접 이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들로부터는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자칫 재판의 독립을 해칠 위험도 있다”며 “평가 자료를 인사에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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