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씨 재판 뒤…검사 사과에도 ‘도 넘었다’ 지적
검사가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앞으로 잘되는지 지켜보겠다’는 취지의 전자우편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검사는 법원의 항의를 받고 곧바로 판사를 찾아가 사과했지만, 협박성으로도 읽힐 수 있는 메일 내용을 두고 법원 내부에선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법원과 검찰의 말을 종합하면,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을 수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소속 ㅅ아무개 검사는 지난해 11월24일 배임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55)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이규진 부장판사에게 판결 당일 밤과 이튿날 새벽에 걸쳐 전자우편을 세 차례 보냈다. ㅅ 검사는 메일에서 수사와 공소유지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과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잘되는지 지켜보겠다’는 식의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으로 두고 보자’는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이 대검에 항의했고, 대검은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ㅅ 검사에게 사과할 것을 지시했다. ㅅ 검사는 이 부장판사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면서 일부 표현에 대해 해명하고 이 부장판사의 이해를 구했다.
이에 대해 ㅅ검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검사가 판결에 대해 판사에게 협박성 메일을 보낼 리가 있느냐.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일종의 넋두리였을 뿐 ‘두고 보자’는 식의 협박성 내용은 없었다”며 “검사들이 판결 뒤 판사들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판사는 “상소 등 정식 절차가 갖춰져 있는데 검사가 판사에게 전화나 메일을 통해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 섞인 의견을 표출한다는 얘긴 처음 듣는 소리”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ㅅ 검사는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을 수사하고 공판에 참여했으며, 지난해 11월10일 결심공판에선 변론 재개를 거듭 요청하다 거부당하자 피고인 최후진술 도중 법정을 나가 버린 바 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