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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형집행론 ‘고개’ 거꾸로 도는 ‘인권시계’

등록 2009-02-03 08:27수정 2009-02-03 08:32

이 대통령 ‘사형집행’ 의견에 “당에서 논의”
“즉흥적·감정적 발상으로 인권 가치 흔들어”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용의자 강아무개(39)씨 사건의 여파가 ‘사형 집행론’, ‘흉악범 신상공개법 제정’ 등의 주장으로 번지고 있어 자칫 우리 사회가 꾸준히 진전시켜 온 인권 가치와 기준마저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일부 중진 의원들이 ‘사형 집행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자 “당에서 논의해 보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참석자는 “오찬 전에 중진 몇몇이 이번 사건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가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안 돼 그렇다. 사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말하자, 대통령이 ‘당에서 한번 논의해 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들에 의해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돼 있다.

인권·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흉악범 문제가 사형제 존폐 논란으로 번지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오창익 인권실천 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사형제와 강력범죄 사이에는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는 게 국제사회에서 굳어진 합의이며, 이에 따라 우리도 10년 이상 실질적인 집행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다분히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발상으로 사형제 존폐론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다음> ‘아고라’ 등에 ‘강○○는 사형 왜 안되나요?’ ‘우리가 극악무도한 사람들을 먹이고 재워줘야 한다니’ 등의 글을 쏟아내는 등 끔찍한 범행에 따른 국민적 공분에 기대, 우리 사회가 오래도록 쌓아온 인권의 원칙과 가치를 흔드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 4월 전원위원회 결정으로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이는 2006년 12월 전국 법학교수 설문조사에서 당시까지 인권위가 내린 판단 가운데 ‘가장 잘한 일’로 선정됐다.

경찰청도 이날 “흉악범의 경우 얼굴을 공개하는 쪽으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공식 의견을 밝혔다. 대부분의 신문·방송이 강씨의 얼굴을 공개하자, 현장검증에 나선 강씨의 마스크도 벗겼다. 그러나 강씨의 얼굴과 신상이 공개된 뒤, 자녀들의 실명과 신상 정보까지 인터넷에 무수히 떠다니고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범감시팀장은 “흉악범의 얼굴 공개는 범죄 예방의 실익이 없고 피의자 가족 등에 대한 2차 피해 가능성이 크다는 걸 경찰도 잘 알고 있다”며 “이른바 ‘무관용’, ‘법치’ 등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 아래서는 인권 후퇴적 행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길윤형 성연철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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