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포럼 토론회 “방송시장 10% 성장했지만 고용 줄어”
“2004년 이후 방송시장이 연평균 10% 성장했지만 고용인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 정부·여당의 고용창출 주장은 거짓말이다.”(문종대 동의대 교수)
정부·여당은 지상파 등의 소유규제 완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당위적 근거로 경제성장 및 고용창출 효과를 주장해왔다. 특히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키스디)이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언론관계법 통과시 2조9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만1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뭄의 단비’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키스디 분석을 토대로 방송법 개정의 당위성을 강변하고 있고, 보수언론도 이 수치를 전파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미디어공공성포럼이 4일 오후 연세대에서 개최한 쟁점토론(‘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에 대한 논의’)의 참석자들은 ‘미디어산업발전론’이 갖는 허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2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키스디의 일자리 창출 효과 분석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데 이어 언론학자들이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이다.
발제를 맡은 문종대 동의대 교수는 “한국 광고시장 성장률은 2004년 이후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고, 유료방송 가입자 수도 2008년 현재 1721만명으로 거의 포화상태”라며 미디어산업발전론의 ‘장밋빛 전망’을 비판했다. 문 교수는 “한나라당 법안대로 규제를 완화하고 키스디가 사용한 계산방식을 활용해 고용증가 여부를 산출할 경우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방송산업의 일자리가 1만2693개 증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3021개 줄어들었다”며 “정부·여당의 일자리 창출효과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문 교수는 대기업의 지상파방송·종합편성채널 진출의 고용창출 효과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현재 지역방송의 경우 매출액 감소로 지속적으로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지상파를 인수하면 이윤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오히려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양문석 언론개혁연대 사무총장은 “<에스비에스> 설립 20년 동안 창출된 고용 인력은 정규직·비정규직 자회사까지 다 합쳐도 2천여명이 채 안 되는데, 무슨 재주로 법 하나 고쳐서 한꺼번에 2만6천명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단 말인가”라며 반문했다. 강재원 동국대 교수도 “경제위기로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광고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허구”라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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