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대 교수팀 등 연구논문
우리나라 여성 흡연율이 최근 계속 늘어난 것은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여성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영업을 벌인 결과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일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가 공개한 다국적 담배회사의 한국 여성들에 대한 영업 전략과 관련된 논문을 보면, 1988년 담배 시장 개방과 함께 우리나라에 진입한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가장 주요한 판매 대상으로 꼽은 것은 젊은 여성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켈리 리 영국 런던대 교수팀이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과 함께 일부 다국적 담배회사의 내부 문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논문에서 리 교수는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 담배시장이 다국적 담배회사의 집중 공격을 받았는데, 담배회사들은 젊은 여성들을 중요한 마케팅 대상으로 지목했다”며 “커피숍을 중요한 마케팅 장소로 선정하고, 나이트클럽 등에서 외국산 담배를 여성들에게 무료로 배포한 것 등이 비밀문서에서 발견한 증거들”이라고 밝혔다. 회사들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슬림’, ‘수퍼슬림’, ‘라이트’, ‘마일드’와 같은 표현을 상표에 쓰고, 담뱃갑의 크기와 모양도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얇고 길게 변형했다. 그 결과 한국의 20~30대 여성의 흡연율이 1980년대 2~3%에서 1990년대 후반에는 10%를 넘길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연구의 한국인 공동저자인 이성규 연구원은 “국제적 금연 기준을 적용한 강력한 담배 판촉 규제정책을 서둘러 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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