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외 석연찮은 대목들]
폐자재에 불, 방화 고의없어 불구속
폐자재에 불, 방화 고의없어 불구속
검사 19명이 투입된 ‘용산 철거민 참사’ 수사 결과에서는 핵심 규명 대상인 화재 원인과 과잉진압 관련 의혹 외의 문제에서도 석연찮은 대목들이 보인다.
검찰은 경찰의 직무 영역에 속하는 물포 방사를 용역업체 직원이 경찰 호위 속에서 벌였는데도 경찰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물포를 쏘거나 이를 지시한 혐의로 용역업체 ㅎ건설 본부장 허아무개(45)씨와 과장 정아무개(34)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선에서 그쳤다.
검찰은 애초 지난달 19일 물포를 설치하라고 지시한 것은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용역업체 직원이 물포를 쏘기 시작할 때 현장에 경찰이 없었고, 뒤늦게 이를 안 용산서장이 경비과장에게 “물포는 경찰이 쏴야지”라고 무전기로 지시했다는 것이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2시간30분 동안이나 망루를 향해 물포를 쐈다. 경비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워낙 정신이 없어 무전 지시 사항을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해명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물포를 쏘는 것은 경찰관 직무에 속하고, 경찰관이 법령에 없는 직무행위를 민간인에게 위임할 수 없다”며 “경찰에게는 분명히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처벌 조항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용역업체 직원이 경찰 진압작전에 동원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의 설명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공개된 경찰 무전기록과 관련해 “경찰을 용역 직원으로 착각한 현장 간부들의 오인 보고였다”는 경찰 해명에 대해 “동영상에 의하면 무전 내용에 나와 문제가 된 시정 장치를 절단한 것은 특공대원이며, 용역직원은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정 장치 외 용역직원이 동원됐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경찰 무선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새벽 남일당 빌딩 안에서 폐자재 등에 불을 피워 농성중인 철거민들에게 연기가 올라가도록 한 혐의로 용역업체 ㅎ건설 직원 5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점거농성 행위를 제지할 목적으로 불을 피운 것”이지 “건물을 태우려는 고의는 없으므로 방화죄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용산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은 “사람이 윗층에 있는데 아래층에서 불을 놓은 것은 현존건조물 방화죄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경찰 특공대 뒤를 따라 ‘POLICIA’(경찰)라고 적힌 사제 방패를 들고 지나간 사람들은 세입자라고 결론냈다. 이들이 ‘대책위의 집회 신고를 막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 용역업체들과 함께 대책위를 탄압해 왔다’는 용산대책위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문화방송> ‘피디수첩’ 방송 뒤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 그들의 컨테이너 구입자금이 용역업체 쪽에서 나왔는지 계좌추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가 8일 “수사대상이 아니다”라며 계좌 추적할 의사가 없음을 밝혀 의문점을 남겼다.
한편, 삼성물산·대림건설·포스코건설 등 세 시공사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철거민들과 직접 충돌을 빚은 것은 재개발조합과 철거 용역이지만, 시공사가 철거 업무 전반에 대한 관리를 위임받고 업무 추진 현황까지 보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