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정원법 개정의지…1961년으로 도돌이표
우리나라 정보기관은 ‘정권의 하수인’으로 출발했다. 5·16 쿠데타 직후인 1961년 6월10일 중앙정보부법을 근거로 국가재건최고회의 직속의 중앙정보부가 만들어졌다. 중앙정보부는 박정희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해 정치공작을 서슴지 않았다.
5공에서 국가안전기획부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불법 정치사찰·정치개입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는 다시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불법 도청 관행은 이어졌다. 겨우 노무현 정부에 와서야 국가정보원이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벗기 시작했다.
그런 맥락에서, 원세훈 국정원장 후보자의 지난 10일 인사청문회 발언은 매우 위험한 측면이 있다. 두 가지다. 첫째, 정치정보 수집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둘째, 국정원 직무범위를 ‘현실화’하겠다고 했다.
S라인핵심…박정희가 심복 김형욱 앉힌꼴
국정원 직원들은 원장을 ‘절대자’에 비유한다. ‘원장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따라 직원들의 활동 강도와 폭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원 후보자가 원장이 되면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정보 수집 활동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원 후보자는 ‘에스라인’(서울시 출신) 인맥의 상징적 인물이다. 비유하자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종필이나 김형욱 같은 ‘혁명 동지’를 앉힌 것과 같다. 김성호 원장 때부터 재개된 ‘독대 보고’가 훨씬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과 정보기관장의 ‘독대’ 활성화는 국정을 크게 왜곡할 수 있다. 법률가 대신 행정가…합법보다 효율 우선 원 후보자는 법률가가 아니라 행정가 출신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법률가는 합법과 불법을 먼저 따진다. 행정가는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검찰 출신인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11일 “역대 정권에서 국정원장에 법률가를 종종 임명한 것은 국정원의 불법적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며 “김성호 현 원장도 그런 테두리를 지키며 일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원세훈 국정원’에서 그런 원칙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정원법 개정의지…1961년으로 도돌이표 원 후보자의 ‘직무범위 현실화’ 발언은 국정원법 개정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1월6일 국정원 직무범위를 ‘국가안전보장 및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의 수립에 필요한 정보’로 대폭 확대하는 ‘이철우 법안’을 제출했다가 당 안팎의 반대에 부닥쳤다. 대신 친박연대의 송영선 의원이 12월23일 제출한 법률안을 ‘사실상의 한나라당안’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송영선 법안’은 직무범위를 ‘국가 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와 테러, 국제범죄조직, 산업기술보안에 대한 정보’로 규정했다. 이철우 법안에서 ‘정책’이란 단어를 없앤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마저도 당분간은 밀어붙일 생각이 없다. 국정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아예 ‘이념법안’으로 분류했다. 2월 임시국회 중점처리 법안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원세훈 국정원장이 취임 뒤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원법 개정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방송법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찍어’ 누르면 한나라당의 태도는 바뀔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이 ‘송영선 법안’이나 ‘이철우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호랑이가 날개를 다는 격이 된다. 국정원은 1961년 중앙정보부란 명칭으로 창설할 당시 직무를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했다가 63년 법 개정 때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로 직무를 한정하는 열거주의로 전환했다. 이후 직무 범위를 괄호 안에 열거하는 ‘열거주의’를 유지하되, 94년 안기부법 개정 때 지금처럼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으로 열거 대상을 늘리는 정도의 제도 정비를 해왔다. 최근 ‘이철우 법안’이나 ‘송영선 법안’은 열거주의 대신 아예 ‘포괄주의’를 도입해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대폭 확대하자는 것이다. 원세훈 후보자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국정원 직원들은 원장을 ‘절대자’에 비유한다. ‘원장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따라 직원들의 활동 강도와 폭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원 후보자가 원장이 되면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정보 수집 활동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원 후보자는 ‘에스라인’(서울시 출신) 인맥의 상징적 인물이다. 비유하자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종필이나 김형욱 같은 ‘혁명 동지’를 앉힌 것과 같다. 김성호 원장 때부터 재개된 ‘독대 보고’가 훨씬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과 정보기관장의 ‘독대’ 활성화는 국정을 크게 왜곡할 수 있다. 법률가 대신 행정가…합법보다 효율 우선 원 후보자는 법률가가 아니라 행정가 출신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법률가는 합법과 불법을 먼저 따진다. 행정가는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검찰 출신인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11일 “역대 정권에서 국정원장에 법률가를 종종 임명한 것은 국정원의 불법적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며 “김성호 현 원장도 그런 테두리를 지키며 일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원세훈 국정원’에서 그런 원칙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정원법 개정의지…1961년으로 도돌이표 원 후보자의 ‘직무범위 현실화’ 발언은 국정원법 개정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1월6일 국정원 직무범위를 ‘국가안전보장 및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의 수립에 필요한 정보’로 대폭 확대하는 ‘이철우 법안’을 제출했다가 당 안팎의 반대에 부닥쳤다. 대신 친박연대의 송영선 의원이 12월23일 제출한 법률안을 ‘사실상의 한나라당안’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송영선 법안’은 직무범위를 ‘국가 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와 테러, 국제범죄조직, 산업기술보안에 대한 정보’로 규정했다. 이철우 법안에서 ‘정책’이란 단어를 없앤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마저도 당분간은 밀어붙일 생각이 없다. 국정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아예 ‘이념법안’으로 분류했다. 2월 임시국회 중점처리 법안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원세훈 국정원장이 취임 뒤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원법 개정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방송법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찍어’ 누르면 한나라당의 태도는 바뀔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이 ‘송영선 법안’이나 ‘이철우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호랑이가 날개를 다는 격이 된다. 국정원은 1961년 중앙정보부란 명칭으로 창설할 당시 직무를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했다가 63년 법 개정 때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로 직무를 한정하는 열거주의로 전환했다. 이후 직무 범위를 괄호 안에 열거하는 ‘열거주의’를 유지하되, 94년 안기부법 개정 때 지금처럼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으로 열거 대상을 늘리는 정도의 제도 정비를 해왔다. 최근 ‘이철우 법안’이나 ‘송영선 법안’은 열거주의 대신 아예 ‘포괄주의’를 도입해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대폭 확대하자는 것이다. 원세훈 후보자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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