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헌(26)
연세대 의대 수석 졸업생이 졸업 뒤 의사가 아닌 법조계의 길을 선택해 화제다.
올해 연세대 의대 졸업생 132명 가운데 수석을 차지한 최지헌(26·사진)씨는 오는 3월 의대 인턴 과정이 아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할 예정이다.
2004년 세브란스 국제 진료소의 인요한(존 린튼) 교수를 만나면서 최씨는 법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인 교수을 통해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과 그를 개선하기 위한 의료 지원사업 이야기를 들은 뒤 인권을 생각하는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갖게 되었다”며 “그 생각이 점차 의학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에서 사회 병리를 진단하고 고치는 의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쿨에 진학했다고 해서 의사의 길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의료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법률로 돕는 ‘또다른 의사’의 길을 걷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씨의 꿈은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가 아닌 의·과학과 관련된 인권 문제를 깊이 다루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그는 의·과학 관련 인권 문제는 대부분 문제를 일으킨 주체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사실상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지적한다. 그는 “1990년대 이후 다국적기업이 식약품 생산·판매·검증에 깊이 개입하면서 많은 법적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법을 공부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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