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철(62)
“홍수처럼 밀려오는 사건 속에서 오로지 사명감으로 수도승과 같은 길을 걷는 대법관들….”
고현철(62·사진) 대법관이 17일 35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고 대법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동료 대법관들을 ‘수도승’에 비유했지만, 퇴임사 곳곳에서 자신의 오랜 법관 생활을 돌아보는 소회가 묻어났다.
고 대법관은 “스물일곱에 법원에 들어와서 환갑을 넘긴 나이에 법원을 떠나게 됐다. 무거운 짐을 이제는 내려놓게 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좀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며 지난 시절을 돌아봤다. 그는 “법관 생활을 시작하면서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법관이 되자는 생각을 가졌다”며 “후회보다는 보람과 긍지를 느끼면서 법원을 떠난다는 것을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이념과 이해관계의 대립이 더 심해지고 분쟁과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며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가운데 공정한 재판을 통해 법과 원칙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1969년 사법시험 10회에 합격한 고 대법관은 부산지법 진주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행정법원장과 서울지법원장을 거쳐 2003년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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