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재판부 구성 변경…담당 대법관 절반 교체
“기존 심리 무시 부적절…전원합의체로 가야” 지적
“기존 심리 무시 부적절…전원합의체로 가야” 지적
대법원이 18일 재판부별 대법관 구성을 대폭 변경하면서 ‘삼성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기지 않고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심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는 대법관을 심리에서 제외하려고 소부 변경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대법원의 신뢰도 타격을 입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소부 변경으로 사건을 맡았던 대법관 구성이 일부 바뀌면서 삼성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게 됐다”며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는 새 재판부가 심리를 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 재판부에서 나왔던 대법관들의 의견들은 새 재판부의 합의 과정에서 논의는 되겠지만, 사실상 심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건희(67) 전 삼성 회장 등이 기소된 사건은 주심인 김지형 대법관의 이동에 따라 1부에서 2부로, 김능환 대법관이 주심인 허태학(65)·박노빈(63) 전 삼성에버랜드 사장 사건은 2부에서 1부로 재판부가 바뀌었다. 이번 개편으로 1·2부 소속 대법관 8명 가운데 자신이 심리하던 삼성 관련 사건을 그대로 맡은 대법관은 주심 두 명을 제외하면 전수안 대법관뿐이다.
이 전 회장 등의 사건은 앞서 기소된 허·박 전 사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 사건 쟁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1부에서 이 전 회장 사건을 살펴본 차한성 대법관은 기록 검토와 심리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허·박 전 사장 사건을 2년 가까이 심리해 온 양승태 대법관은 이 전 회장 사건을 맡게 되면서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발행과 조세포탈 사건 등을 새로 검토해야 한다. 삼성 사건 재판부에 새로 들어온 김영란·이홍훈·양창수 대법관까지 합하면 1·2부 대법관 가운데 절반이 사건을 새로 들여다봐야 한다. 삼성특검법이 정한 상고심 기한을 두 달 넘긴 대법원 선고가 더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대법원의 다른 관계자는 “선고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기존 재판부 구성원들이 상당한 심리를 통해 의사표시를 해놓은 상황에서 재판부 구성이 바뀌었다고 다시 새롭게 논의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가 문제”라며 “전원합의체로 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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