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승인’ 규정 어기고 ‘유통 대응책’ 없어
납치용의자 오토바이 되팔아…공개수배
납치용의자 오토바이 되팔아…공개수배
경찰이 납치범에게 제공한 모조지폐가 실제 돈과 구별이 쉽지 않아 일부가 실제 사용된 가운데, 경찰이 모조지폐를 만들면서 발권기관인 한국은행과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제과점 여주인 납치 용의자 정아무개(32)씨가 모조지폐로 산 오토바이를 400만원을 받고 되판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은행은 18일 “서울지방경찰청 등에서 화폐 모조품 제작 및 사용과 관련한 사전 협조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법은 화폐 모조품은 교육·연구·보도·재판 목적으로만 제작·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그 밖의 경우에는 한국은행의 사전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인질강도범 검거용으로 2005년 1만원권 12억원어치의 모조지폐를 만들었고 2년 뒤에는 신권으로 다시 제작했다. 그러나 경찰의 ‘인질강도 대처 매뉴얼’에는 수사상 모조지폐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만 있을 뿐 실제 유통될 경우의 대응 규정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 13일 강서구 제과점 여주인 납치사건 발생을 언론에 알리면서 “범인에게 미끼로 제공한 모조지폐는 실물과 달라 육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의 추적을 피해 달아난 용의자 정씨는 17일 경찰이 제공한 7천만원어치의 모조지폐 가운데 700만원을 오토바이를 사는 데 썼고, 18일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중고가게에 이를 되팔아 400만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18일 현상금 500만원을 내걸고 정씨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모조지폐의 회수에 만전을 다하기 위해 공개수배 체제로 전환했다”며 “일련번호가 모두 ‘EC1195348A’로 된 모조지폐를 발견할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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