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조진만(57·가명)씨가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노숙인 자활지원센터 ‘행복한 우리집’에서 노숙인 8여명이 함께 쓴 자서전 <우리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고 있다. 노현웅 기자
노숙인들의 자서전 출판
“지금 나의 무게를 마음의 저울에 달아보았다. 불행히도 저울의 눈금은 ‘0’을 가리키고 있었다.”
“돌아보니 내 인생의 무게 ‘0’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
“아름답고 고통스런 기억들
가족 복원하고픈 의지 생겨” 노숙인 조진만(57·가명)씨는 스스로 되돌아 본 인생의 무게를 ‘0’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에게 ‘0’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조씨는 지난해 겨울 자활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동료 노숙인 8명과 함께 <우리들의 이야기>란 자서전을 펴냈다. 이들은 “때론 아름답고, 때론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더듬으며 다시 일어설 용기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젊은 시절 연인과 함께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던 일, 혹독한 추위 속에 보초를 서야 했던 강원도의 군 생활 등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했다. 유년 시절 사소한 잘못으로 어머니께 꾸지람 들었던 일, 남의 도시락 훔쳐 먹은 일 등은 ‘즐거운 추억’으로 떠올렸다. 가족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고통과 슬픔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잘 나가는’ 전자회사 직원이던 그는, 의욕적으로 독립해 세운 회사가 1996년 문을 닫으면서부터 10여년 넘게 가족들과 떨어져 지냈다. 집을 떠나면서 두 아이에게 “아빠 없는 셈 치라”고 내뱉은 말이 지금도 대못처럼 박혀 있다. 자서전을 쓰는 동안 조씨는, 그리운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고, 가족을 떠올리며 다시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삶을 반추하며 자활의 의지를 찾은 건 조씨 뿐이 아니었다. “내 인생의 가장 잘한 일은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여성을 내 인생의 여자로 선택한 것이었다. 당시 내게는 그녀가 세상의 전부였다.” 김민규(가명·62)씨가 재기의 끈을 놓지 않는 건 아내에 대한 사랑의 힘이었다. “잘나가던 30대를 지나, 40대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꼬이기 시작한 인생이었다.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여력이 된다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돕고 싶다.” 양병철(가명·54)씨는 스스로에게 ‘긍정의 삶’을 약속했다. 김명수(가명·53)씨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다시 복원하고 싶다”는 의지를 되찾았다. 이들의 자서전 출간을 도운 ‘행복한 우리집’의 이원기 총무는 “평소 무덤덤하던 노숙인들이 가족들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에서 소통의 치유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인 쉼터 사람들 사이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흘러왔는지 서로 묻지 않는 불문율이 있는데, 자서전 쓰기를 통해 그런 관행을 깨고 싶었다”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직시함으로써 새 삶의 원동력을 찾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현웅 김민경 기자 goloke@hani.co.kr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
“아름답고 고통스런 기억들
가족 복원하고픈 의지 생겨” 노숙인 조진만(57·가명)씨는 스스로 되돌아 본 인생의 무게를 ‘0’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에게 ‘0’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조씨는 지난해 겨울 자활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동료 노숙인 8명과 함께 <우리들의 이야기>란 자서전을 펴냈다. 이들은 “때론 아름답고, 때론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더듬으며 다시 일어설 용기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젊은 시절 연인과 함께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던 일, 혹독한 추위 속에 보초를 서야 했던 강원도의 군 생활 등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했다. 유년 시절 사소한 잘못으로 어머니께 꾸지람 들었던 일, 남의 도시락 훔쳐 먹은 일 등은 ‘즐거운 추억’으로 떠올렸다. 가족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고통과 슬픔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잘 나가는’ 전자회사 직원이던 그는, 의욕적으로 독립해 세운 회사가 1996년 문을 닫으면서부터 10여년 넘게 가족들과 떨어져 지냈다. 집을 떠나면서 두 아이에게 “아빠 없는 셈 치라”고 내뱉은 말이 지금도 대못처럼 박혀 있다. 자서전을 쓰는 동안 조씨는, 그리운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고, 가족을 떠올리며 다시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삶을 반추하며 자활의 의지를 찾은 건 조씨 뿐이 아니었다. “내 인생의 가장 잘한 일은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여성을 내 인생의 여자로 선택한 것이었다. 당시 내게는 그녀가 세상의 전부였다.” 김민규(가명·62)씨가 재기의 끈을 놓지 않는 건 아내에 대한 사랑의 힘이었다. “잘나가던 30대를 지나, 40대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꼬이기 시작한 인생이었다.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여력이 된다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돕고 싶다.” 양병철(가명·54)씨는 스스로에게 ‘긍정의 삶’을 약속했다. 김명수(가명·53)씨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다시 복원하고 싶다”는 의지를 되찾았다. 이들의 자서전 출간을 도운 ‘행복한 우리집’의 이원기 총무는 “평소 무덤덤하던 노숙인들이 가족들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에서 소통의 치유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인 쉼터 사람들 사이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흘러왔는지 서로 묻지 않는 불문율이 있는데, 자서전 쓰기를 통해 그런 관행을 깨고 싶었다”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직시함으로써 새 삶의 원동력을 찾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현웅 김민경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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