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납치범 수사 제자리
경찰이 강서구 제과점 여주인 납치사건 용의자에게 몸값으로 준 모조지폐가 또다시 유통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5일 “서울 종로구와 중랑구 등지에서 지난 21~22일 세 차례 모조지폐가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지폐들은 종로구 한 포장마차와 복권방, 가게 등에서 1만원씩 나왔으며, 업주들은 돈을 정리하거나 은행에 입금하다가 모조지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중랑구 망우동에서 모조지폐를 신고한 가게 주인 김아무개(56)씨는 “담뱃값으로 1만원을 받아 의심 없이 물건을 내줬는데, 돈을 정리하다 보니 느낌이 달라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계속되는 모조지폐 유통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양천경찰서 관계자는 “정씨가 들키지 않으려고 모조지폐를 한 장씩 사용하는 것 같다”며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과 협의도 없이 임의로 모조지폐를 제작·사용한 경찰이 미숙하게 대응해 현장에서 범인을 놓친 데 이어 사후 처리마저 허둥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납치 용의자 검거 수사도 제자리걸음이다. 용의자 정씨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개통한 휴대전화(대포폰)을 최소한 2대 이상 가지고 다니며, 전화가 필요한 때만 쓰고 바로 전화를 꺼놓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오토바이 구입 전에 거래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었던 뒤로는 위치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정씨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는 등 실수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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