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 동승자 늑골골절 ‘O’
흉기로 가슴 찔러 3주 치료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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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7일 헌법재판소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조항 위헌 결정으로 긴급히 기준 마련에 들어간 ‘중상해’가 병원에서 발급하는 상해진단서의 ‘전치 10주’식의 기계적인 기준을 근거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형법 258조의 ‘중상해’ 규정을 바탕으로 법원 판례와 법이론 등을 검토해 개념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이 기준을 제시하면 법원에서 개별 사건을 해석해 그 기준을 구체화·다양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준이 마련되면 당장 경찰의 교통사고 처리 혼선은 줄겠지만, 다양한 사고 유형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내려질 때까지는 정착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교통사고로로 ‘다발성 양측 늑골골절’을 입은 경우를 중상해로 판단했지만, 이때에도 ‘피를 흘려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다른 판례에서는 사람을 때려 실명하게 하거나 하반신 마비, 언어장애를 일으킨 경우를 중상해 사건으로 봤다. 그러나 1~2개월 동안 입원할 정도로 다리가 부러지거나 흉기로 가슴을 찔러 3주 동안 치료를 받은 경우는 “형법에서 말하는 중상해 기준인 ‘생명에 대한 위험이나 불구 또는 불치·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속이나 신호위반 같은 10대 중대법규 위반은 판명하기가 쉽지만 중상해 여부 판단에는 평가적 요소가 들어간다”며 “기준을 세분화하면 현장에서 적용하기는 편하겠지만 다양한 사례에 탄력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법원에서 다양한 사례에 대한 다양한 판례를 통해 기준을 구체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검찰이 기준을 마련하기 전까지, 가해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한 단순 인명사고는 중상과 경상을 가리지 않고 검찰 송치를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삼성동에서 서아무개(43)씨가 운전하던 승용차와 윤아무개(53)씨가 타고 가던 자전거가 부딪혀 윤씨가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윤씨는 입원 치료를 받는 중이다. 강남서 담당 조사관은 “보통의 경우라면 조사를 끝내고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겠지만, 검찰의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 송치를 미뤘다”고 말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교통사고로 인명피해를 일으켰다고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중앙선 침범 등 10대 중대법규 위반이나 뺑소니가 아닌 일반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혔다고 해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검찰은 기소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때문에 형사처벌을 고리로 합의금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김남일 길윤형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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