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 더 늘어 상-하위20% 7.59배 차이
상위20% 지갑 꽁꽁…부유층 감세 ‘헛일’로
상위20% 지갑 꽁꽁…부유층 감세 ‘헛일’로
지난해 가계 실질소득이 줄고, 소비가 소득보다 더 큰폭으로 줄어든 것은 가계소득 감소가 내수 침체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고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우리 경제가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층간 소득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빈곤율은 15%대로 치솟고, 가계수지가 적자인 가구의 비율도 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된 이런 악순환은 올 들어 그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가구의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2.1%나 줄었다. 앞날을 불안하게 여긴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실질 소비지출은 3.0%나 줄었다. 특히 지난해 감세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은 소득 상위 20% 계층이 가장 큰폭으로 소비를 줄였다.
가계 실질소득의 감소는 실질 사업소득이 7.3%나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근로자보다는 자영업자들이 입은 타격이 컸다는 얘기다. 이에 견줘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의 지난해 4분기 실질소득은 1.7%, 실질소비지출은 1.2% 감소에 그쳤다. 이들 가구는 교육비 지출을 명목가격 기준으로 15.4%나 늘리는 등 기존의 ‘소비관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 들어 1월 취업자수가 지난해 같은달보다 10만3천명이나 줄어드는 등 고용사정이 급격히 나빠지고, 정부와 경영계가 근로자의 임금 삭감도 유도하고 있어 이런 소비 관성을 이어가기 어려워 보인다.
가계수지가 적자인 가구는 계속 늘고 있다. 소득 하위 30% 계층에 속하는 가구 가운데 지난해 4분기에 소득으로 소비지출을 감당하지 못한 가구는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늘어난 55.1%에 이르렀다. 또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인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소득)의 절반을 밑도는 상대적 빈곤층의 비율이 전년 대비 0.3%포인트 늘어 15.1%로 치솟았다.
계층간 소득격차도 더욱 커졌다. 소득 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 소득배율은 2007년 7.28배에서 지난해 7.59배로 커졌다.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도 2007년 0.344에서 지난해 0.348로 높아져 소득격차가 확대됐음을 보여줬다. 다만, 정부의 재분배정책의 효과를 반영한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전가구의 경우 0.316으로 2007년과 같았고, 2인 이상 도시가구의 경우 0.300에서 0.298로 조금 낮아졌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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