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진
이태진 서울대 교수 퇴임
식민사관 극복에 앞장선 이태진(사진)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가 27일 강단을 떠났다. 이 교수는 이날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교수 정년식에서 “실패의 역사마저 끌어안는” 역사 바로 알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정년 교수를 대표해 퇴임사를 한 이 교수는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진보·보수의 갈등에 빠져 있으며 그 대립을 해소시킬 수 있는 논거를 찾지 못해 수렁에 빠지고 있다”며 “우리는 광복 뒤 찾아온 이데올로기 대립에 기반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보다 100년 전 국권 상실을 가져온 국제경쟁의 역사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패한 역사라도 우리가 끌어안아야 한다”며 “역사 바로 알기는 오늘과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최근까지도 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도 편향된 시각의 위험성을 경계해 왔다.
이 교수는 또 서울대에 처음 부임했던 1977년을 회상하며 “출근하면 경찰과 학생간의 그칠 줄 모르는 대립과 충돌을 보며 차라리 전쟁터가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픈 세월 끝에 온 국민의 여망으로 민주화의 봄이 찾아왔을 때는 몸이 하늘로 나는 듯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교수는 요즘 한국통사를 집필 중이다. 그의 퇴임사는 총동창회에서 들었다는 건배사 “올드 보이스 비 앰비셔스”(old boys be ambitious)로 마무리됐다. 동료 교수와 제자들은 큰 박수로 그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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