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법관 “내외부 의견일치” 발언에 곤혹…“의견교환 없었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사건 관련 전자우편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종합부동산세법 위헌 선고를 앞두고 터져나온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의 악몽이 되살아난 탓이다.
신 대법관은 지난해 11월6일 보낸 전자우편에서 “확신하기는 어려우나 야간집회 위헌 여부의 심사는 12월5일 평의에 부쳐져, 연말 전 선고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을 후임자에게 넘기지 말라고 요구했다. 신 대법관은 이런 생각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외부(대법원과 헌재 포함)의 여러 사람들의 거의 일치된 의견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특히 같은 달 24일 전자우편에서는 “(헌재가) 2009년 2월에 공개변론을 한 후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변론하지 않고 연말 전에 끝내는 것을 강력히 희망한 바 있으나 결정이 미뤄지게 되어 실망을 많이 했다”며, 헌재와의 접촉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당시 헌재 안팎에서 연내 선고 예상이 일반적이었던 상황에서 신 대법관은 선고가 늦어진다는 것과 대략적인 공개변론 일정까지 꿰고 있었다. 헌재가 공개변론 일정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로부터 51일 뒤인 지난 1월13일이다.
헌재는 난감한 기색이다. 헌재 관계자는 “평의 내용은 비공개라 알 수도 없을뿐더러 사실 자체가 틀려 신 대법관이 잘못 들었던지, 아니면 말을 지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헌재를 왜 끌어들인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판관 평의는 목요일에 열리는데 지난해 12월5일은 금요일이었고, 그 전날 평의에서도 야간집회 금지 조항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재 쪽은 “12월20일 평의에서 처음으로 논의를 한 뒤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신 대법관이 사전에 이를 어떻게 알았는지를 두고 의혹이 가시지 않는다.
헌재는 5일 재판관 평의에서 이번 사안을 논의한 뒤 “헌재는 야간집회 사건과 관련해 내용을 알려주거나 의견을 교환한 사실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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