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법관 ‘촛불재판 속행’ 뜻 전달하면서도
“그대로 전할 능력 없고 적절치 않다” 한발 빼
“그대로 전할 능력 없고 적절치 않다” 한발 빼
신영철 대법관이 전자우편에서 이용훈 대법원장도 촛불사건 재판의 속행을 바란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밝힘에 따라, 이 대법원장의 진의가 무엇이었는지와 어떤 구실을 했는지도 주목되고 있다. 신 대법관은 전자우편에서 지난해 10월14일 오전 업무보고 때,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박재영 전 판사의 위헌법률 심판 제청 관련 얘기를 꺼냈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대법원장님 말씀을 그대로 전할 능력도 없고 적절치도 않다”면서도 “대체로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고 썼다. 촛불사건 재판은 당시 민감한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장님 말씀’이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지 말고 재판을 계속 진행하라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메일 내용이 사실이라면 인사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통해 판사들에게까지 재판과 관련한 자신의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사실상 명령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이 그렇게 무리한 발언을 했을까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이 대법원장은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원장의 언행이 자칫 한계를 벗어나면 젊은 법관들의 의욕 등을 꺾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서울중앙지법 수뇌부와 형사단독 판사들과의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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